주임신부님 강론

2021년 7월 14일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등록일
202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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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많은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 같습니다.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라는 말씀에서 “이것“은 무엇인지 묻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은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라는 말씀에서 “이렇게”는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궁금해집니다.

곧 철부지들에게 보여주신 ‘이것’은 무엇이며, 선하신 하느님의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 이 말씀 안에 머물면서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 감추신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 질문해보면서 철부지들에게 드러난 것이 무엇인지를 머리를 굴려가며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되할수록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복음과 독서를 또 한번 읽었습니다.

그런데 독서 안에 모세를 통해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 감추신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불타는 떨기를 유심히 관찰할 수 있는 모습, 그리고 그 초자연적인 현상 앞에서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생각하려들지 않았던 모세의 모습 안에 감추어진 것이 무엇이며, 철부지들에게 드러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곧 묵상을 하면서 끊임없이 이성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생각하기만 했던 저에게, 그런 논리와 이성 너머에 자리하는 것을 바라볼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요구하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주변을 관찰할 수 있는 호기심과 함께, 그것을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해석하려는 욕심을 줄여나갈 것을 요구하시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앞만 바라보는 우리에게 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관심과 함께, 발걸음을 내딛는 용기와 결단을 호소하시는 것이며, 이성을 뛰어넘고, 논리를 벗어나는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되 함부로 판단하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시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므로 우리 안에 철부지와 같은 마음, 곧 호기심을 갖고 주변을 바라보면서도, 타인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만 하고, 논리적으로만 해석하려고 하는 욕구를 살짝 내려놓을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주변에서 일어난 일에 한걸음 다가가면서, 논리를 뛰어넘고, 이성을 초월하는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그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