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 강론

2021년 7월 15일 성보나벤투라 주교 학자 기념일

등록일
2021-07-15
조회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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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오늘 말씀에서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라는 말씀을 묵상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멍에를 매길, 짐을 지길, 그리고 고생을 하길 바라시는 것은 아닐까?‘ 곧 짐을 지우시고 고생을 시키시는 주님이심을 말씀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멍에를 풀어주시고 짐을 덜어주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왜 그렇게 하실까?, 무엇을 위해 그렇게 하시는걸까?‘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 의문을 안고 묵상하면서, 이러한 말씀 안에는 진정 우리 자신의 것이 되게 하시려는 뜻이 담겨 있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무 고생 없이 얻게 된 것과 고생하면서 얻게 된 것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분명히 다릅니다.

 

아무 어려움 없이 지낸 공동체와, 함께 고생을 나누고 그것을 극복해나간 공동체가 전혀 다른 끈끈함을 보여주는 것도 이를 증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손쉽게 얻게 된 사람들과 재화는, 일반적으로 손쉽게 손가락의 틈을 타고 빠져나가지만, 고생하면서 힘겹게 얻게 된 재화와 사람들은 두 손 안에 꼭 품게 되고 소중하게 다뤄지면서 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은 듯 합니다.

 

제 삶을 봐도 그런 것 같습니다.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 어렵게 얻게 물건들에는 애정과 소중함이 담겨 긴 생명력으로 제 곁을 지켜주지만, 쉽게 만난 사람들과 쉽게 얻게 된 것들에는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기에 잃어도 아쉬움이 없고, 빠져 나가도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라는 말씀은 그냥 멍에를 매길, 짐을 지길 바라신다는 뜻이 아니라 그 멍에를 통해 얻게 될 것을 바라보길, 그 짐을 통해 받게 될 뜻밖의 선물이 분명히 있을 것임을 희망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멍에를 맬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이지만 당신께서 함께 하시어 희망으로 힘을 불어넣어주실 것이며, 짐을 지고 걸어갈 수밖에 없는 인생이지만, 주님께서 동행해주시어 발끝을 밝혀주시어 길을 열어주실 것이란 뜻을 이 말씀 안에 담아 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를 묶고 있는 멍에가 우리를 답답하게 하고, 지금 우리를 힘겹게 하는 짐이 우리를 힘겹게 만들지만, 주님께서 우리 곁에 힘을 불어넣어주시고 동행해주신다는 것을 기억하며 그것으로 다시 주님께로 발걸음을 내딛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견뎌낸 뒤에 얻게 될 애정과 소중함이라는 뜻밖의 선물이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더 깊은 애정으로 확장시켜 줄 것을 희망하면서, 그 희망으로 지금의 힘겨움과 어려움을 굳건히 버텨내는 우리 본당의 모든 분들이 되시길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