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 강론

2021년 7월 18일 연중 제16주일

등록일
202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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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요한복음 1813절부터 15절까지의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죽음에 앞서 당신의 제자들을 위해 아버지께 이렇게 기도하십니다.

 

이제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 제가 세상에 있으면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이들이 속으로 저의 기쁨을 충만히 누리게 하려는 것입니다. 저는 이들에게 아버지의 말씀을 주었는데, 세상은 이들을 미워하였습니다. 제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악에서 지켜 주십사고 빕니다.“

 

이 말씀을 통해 교회는 세상 안에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지만, 그 사람들 안에서 하느님께 선별된 존재, 부름 받은 특별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 교회에 있는 우리 모두가 특별한 존재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며, 세상이라는 바다 위에서도 하느님의 특별한 보호와 은총이 우리에게 머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선별된 교회 안에서 선별된 존재인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삶을 드러내야 하는 존재로 뽑힌 이들이 바로 성직자이며 수도자라고 말씀드릴 수 있고 이들은 하느님의 특별한 보호와 은총을 선별된 이들에게 보여주는 상징으로 세워졌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다소 충격적인 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혹시 보신 분들이 있으실지 모르겠는데, 7년에 한 번씩 하는 갤럽의 설문조사가 저를 충격과 두려움, 그리고 수많은 질문으로 이끌었습니다.

 

2014년까지는 어떤 종교건 간에 종교를 갖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들의 숫자가 꾸준히 증가했는데, 불과 7년 사이에 10%이상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특히 20대는 종교를 갖고 있다고 답한 사람들의 수가 22%라는 사실은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30대는 30%, 40대는 32%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도 충격을 더했습니다.

 

그런데 저를 혼돈에 빠뜨린 것은 종교를 갖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이었는데, 불신과 실망이라는 답과 나 자신을 믿는다는 답, 그리고 여유가 없어서라는 답은 이전과 거의 비슷했는데, 관심이 없어서라는 답은 1997년에는 20%대로 다른 답과 비슷했는떼, 2004년에는 30% 후반, 2014년에는 40% 중반, 올해는 50% 중반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요즘 종교는 우리 사회에 도움을 준다.‘라는 질문에 2014년에는 63%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에 올해는 38%로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개인에 삶에 종교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1984년에는 68%, 2014년에는 52%그렇다고 답했는데, 올해는 38%만이 그렇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심지어 종교를 갖고 있지 않는 사람들이 호감을 갖는 종교가 있는지를 물었는데, 그런 종교가 없다고 대답한 사람들이 2004년에는 33%였는데, 올해는 무려 61%가 호감을 갖고 있는 종교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탈종교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는 종교가 세속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또는 종교가 사회와 멀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잠시)

 

그런데 저는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라는 말씀이 앞서 언급드렸던 조사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 속하지 않은 교회라고 떠들면서 세상과 괴리된 이야기만 주구장창 늘어놓고 있지만, 정작 속으로 세상에 점점 동화되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이 이 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 세상 밖에 이야기만 하면서 세상에 속하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모순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가톨릭대학교 교수였던 김경집 교수가 한 신문에 기고했던 칼럼의 한 대목이 잘 지적하고 있는 듯 합니다. “오늘날 어느 종교, 종파, 종단을 막론하고 한국의 종교가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기는커녕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형편이다.“

(잠시)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 복음 말씀에서 파견을 받고 돌아온 사도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라는 말씀처럼 우리 교회가 외딴곳으로써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님께서 우리 교회에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복음에서 말씀하시듯,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한 외딴곳이 되어, 기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주어, 다시 복음을 살아갈 수 있도록, 선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서로의 쉼터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듯 합니다.

 

나아가 밝은 햇살이 미치지 않아, 그 누구도 시선을 두지 않는 외딴곳으로 발걸음을 내딛어 그곳에서 움츠리고 있는 이들에게 빛을 전해주는, 곧 주님의 희망을 연결해주는 사도가 되어야 하며, 정의와 평화, 화해와 일치를 외면하는 세상에 외딴곳에 서서 그것을 회복해야 한다고 당당하게 외쳐야 하는 몫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공동체가 주님께서 말씀하신 외딴곳으로써의 역할을 하는데 먼저 사제가, 곧 제가 그 앞에 서야 한다는 것을 다시 마음에 새기면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께 기도를 청합니다.

 

더불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제들 또한 주님께서 머무르시고 힘을 주시는 외딴곳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길 청합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가 세상을 위한, 그리고 세상을 향한 외딴곳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본당의 신앙인 또한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외딴곳에서 피어오르는 신앙의 밝은 빛이 신앙을 외면하는 세상에 다시 희망을 전하는, 정의와 평화를 전하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랑을 전할 수 있길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