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 강론

2021년 8월 1일 연중 제18주일

등록일
202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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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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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오병이어의 기적, 곧 수천 명에게 빵과 물고기를 먹이신 놀라운 기적을 경험한 수많은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 갈릴레아 호수 건너편으로 가신 예수님을 쫓아갑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라는 말씀으로 그들의 속마음을 드러내십니다.

 

그리고 이어서 이런 말씀을 전하십니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그 양식은 사람의 아들이 너희에게 줄 것이다.“

 

이 말씀으로 예수님께서는 현상, 곧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그리고 그 현상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를 바라보라고 하시며, 그 현상을 전해주신 분이 누구인지를 똑똑히 바라보라고 전하시는 것입니다.

 

빵에만 시선을 두게 되면 빵 안에 담겨 있는 사랑을 바라보지 못하며, 그 빵을 주신 분에게 시선을 두지 못하고, 감사의 마음도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오늘 말씀으로 전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 신앙에 대한 말씀이기도 할 것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 말씀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성체성사에 대한 말씀이기도 할 것이고, 우리 곁에 서 있는 십자가에 대한 말씀일 것이며, 결국엔 우리에게 오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말씀이기도 할 것입니다.

 

작은 빵조각에 불과한 성체지만,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라는 말씀을 믿는 우리의 신앙을 품고 있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담겨 있으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영원한 생명의 약속이라는 선물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십자가는 외적인 면에서는 반역자의 표상이며, 하느님께 저주받은 죽음이라는 상징이지만,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께 드린 속죄의 제사와 온전한 순명이 담겨 있고, 우리에 대한 희생과 나눔을 품고 있으며, 죄라는 억압에서 풀어주시려 하신 하느님의 애절한 마음이 그 속에서 숨 쉬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 곁에 서 계신 예수님은 세상의 시선으로 보면, 한 시대를 불꽃처럼 살아갔던 작은 점에 불과한 한 사람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창조하셨지만, 당신을 외면하고 있는 인간을 부르시는 하느님의 음성을 담고 있는 존재이며, 죄로 인해 참 자유를 잃은 인간을 위한 하느님의 등불이고, 이기심으로 갈라지고, 적대감으로 흩어져버린 이들을 다시 모으시려는 하느님의 깃발이십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앞에 있는 현상, 그 너머에 있는 의미를 바라볼 것을, 그리고 그 현상이 어디에서 흘러나왔는지를 바라볼 것을 오늘 말씀이 전하고 있음을 바라보게 됩니다.

 

현상 안에만 머물 때, 사람들이 그러면 무슨 표징을 일으키시어 저희가 보고 선생님을 믿게 하시겠습니까? 무슨 일을 하시렵니까?“ 하는 질문을 하며, 직전에 있었던 기적이라는 현상을 흘려보내는, 잊어버리는, 외면해버리는 모습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하시는 듯 합니다.

 

그리고 이는 지금 우리 앞에 있는 모든 현상에도 그러한 태도를 요구하시는 것 같습니다.

 

바로 지금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 코로나라는 현상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그리고 그 현상이 어디에서 흘러나왔는지를 바라보지 못한다면, 오늘 복음의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전염병 안에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대자연과의 조화를 잃은 인간의 교만과 오만이 담겨 있고, 이기심에 눈을 감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품고 있으며, 2독서에서 표현하듯이, “지난날의 생활 방식에 젖어 사람을 속이는 욕망으로 멸망해 가는 옛 인간이라는 말씀처럼 회개해야 한다는 주님의 외침이 있다고 전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수많은 현상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만 하면서,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를 외면하거나 흘려보내는 우리가 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 현상 안에 담겨 있는, 그 상징 속에 숨겨두신 보화를 찾고, 하느님의 음성을 들으면서, 그것으로 진리와 의로움과 거룩함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을 입는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번 한 주간 엄청난 더위와 힘겨운 다툼을 하겠지만, 우리 앞에 펼쳐질 수많은 현상들 속에, 상징들 안에 담겨진 의미를 살피고, 그것을 통해 주님의 뜻에 더 가까이 다가서는 우리 본당의 모든 분들이 되시길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