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 강론

2021년 8월 5일 연중 제18주간 목요일

등록일
2021-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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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오늘 말씀은 묘한 기분을 들게 하는 말씀이라 느껴집니다. 반석이라는 의미의 베드로라는 이름을 받게 된 시몬이, 걸림돌이 되어버린 상황을 바라보면서, 상반된 두 단어가 주는 묘한 느낌이 저를 두 단어 안에 머물게 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인물이 반석이 되기도 하고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모습은 우리 자신 또한 주님께 그렇게 반석이 되기도 하고, 걸림돌이 되기도 함을 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시몬처럼, 한없이 맑은 마음으로 예수 그리스도께 신앙을 고백하고, 그 신앙에 따라 살아가면서, 주님께 받은 은총으로 충만함을 느끼며 반석의 모습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곁에서 십자가를 향하는 이웃이라는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곧 가난하고, 아파하며, 소외되고, 불안해하는 이들을 향하는 이웃들을 바라보면서, 감동에 그쳐버리면서, 나는, 그리고 내 가족들은 그곳을 멀리하길 바라는 걸림돌의 모습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을 하다 보니, 어쩌면 그분께 드린 신앙 고백 안에 순수한 마음 이면에 우리 자신의 만족감이 교묘하게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곧 예수님께서 마지막에 하신 말씀,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라는 말씀처럼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고 있다는 깔끔한 포장지 안에 우리의 이기심이라는 만족감이 숨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를 향해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라는 말씀은 단지 베드로를 향해 하신 말씀만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해야 하는 말씀으로 주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주 우리 자신의 일만 생각하는, 그리고 우리 내면의 충만함만을 추구하는 약아빠진 우리의 깊은 마음을 향해 외치라고 주신 말씀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우리 안에 슬며시 다가오는 이기적인 마음과 우리 머리속에 교묘하게 다가오는 자기합리화라는 생각, 그리고 우리 생활 속에 끈질기게 다가오는 불평과 불만을 이 말씀으로 쫓아내길 바라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반석과 같은 모습으로 주님께 다가가다가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걸림돌이 되어버리는 우리 내면의 변덕을 향해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라고 외칠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일에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와 조금이라도 닮아갈 수 있는, 그분께서 디디실 작은 반석이라도 될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