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 강론
2021년 1월 15일 연중 제1주간 금요일
- 등록일
- 202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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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이 어떤 중풍 병자를 그분께 데리고 왔다.“라는 말씀을 보면서 지난 1월 8일 미사 중에 ‘예물기도’를 바치며 들었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1월 8일 예물 기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님, 주님의 백성이 드리는 예물을 인자로이 받으시고, 저희가 경건한 마음으로 고백하는 것을 천상 성사로 깨닫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이 기도를 드리는데 ‘주님의 백성이 드리는 예물’이라는 말에 갑자기 마음이 짠해진다고 느껴졌습니다. 떵빈 성전에서 혼자 미사를 드리고 있는데, ‘주님의 백성이 드리는 예물’이라는 기도문이 저의 마음을 더 외롭게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성체와 성혈로 축성될 빵과 포도주를 보면서, 저의 허한 마음은 변화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빵과 포도주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 본당의 신자들의 정성이 들어갔음을, 곧 우리 성당의 모든 교우들의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이 안에 담겨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외적으로는 혼자 드리는 쓸쓸한 미사처럼 보이지만 이 예물을 통해 함께 봉헌하는 미사라는 것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혼자라는 쓸쓸함과 차가움은 제 안에서 사라지고 함께라는 온기와 따뜻함이 미사를 드리는 저를 감싸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오늘 중풍 병자가 바로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병으로 시달리는 시간동안 쓸쓸함과 고독, 차가움과 공허함이 병보다 더 자신을 위축시키는 상황에서, 예수님을 향해 함께 나아가자는 사람들의 도움은 가뭄의 단비였을 것이며, 언 마음을 녹이는 온기였을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 복음은 중풍병자와 같은 저를 주님께로 이끌어주는 교우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라고 말씀하시는 듯 합니다. 눈에는 혼자 드리는 미사 같아 약간은 딱하게, 조금은 안쓰럽게 보일 수 있지만, 신자들의 정성이 함께 머물면서, 주님께로 나아가는 동행의 시간이라는 것에 감사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우리 교우분들께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비록 지금 성전에서 함께 미사를 드리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우리가 준비한 빵과 포도주 안에 우리의 정성이 담겨 주님께 봉헌되고 있음을 잊지 말라고 주님께서 전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그리운 형제자매 여러분, 비록 지금 서로 떨어져 있지만 이 미사 안에서 주님만이 아니라 우리 본당의 교우분들과 만나고 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만나서 기쁘게, 그리고 힘차게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 모은 정성을, 우리 공동체의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담겨 있는 빵과 포도주를 더 정성스레 봉헌하면서, 비록 지금은 빈 성당이지만 이 공간에 여러분들의 정성을 채우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기도로 함께 해주실 것이라, 그리고 잘 견뎌주실 것이라, 그리고 함께 할 그 날을 잘 기다려주실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