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길

(24/03/01) 레지오 사랑의 샘 Cu. - 십자가의 길

등록일
2024-03-28
조회
13
파일

[제대 앞에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 아멘.

 

╋ 주 예수님,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이신 하느님을 사랑하며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마르 12,30-31)고 가르쳐 주신 예수님!

결국 당신은 사랑 때문에 인간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고 사랑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히셨으며, 사랑으로 다시 부활하시어 저희의 마음 안에 저희와 함께 계십니다.

뿔뿔이 흩어진 인간들을 다시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며, 이 세상은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보시니 좋았다”(창세 1장)라는 창조 때의 본 모습을 회복하여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 저희의 마음을 사랑으로 채워 주십시오. 오늘 밤, 주님의 사랑을 묵상하며 성모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걷고자 하나이다.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에서 마침내 사랑이신 당신을 만나 사랑 그 자체가 되게 해 주십시오.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처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부당한 사형 선고 앞에서 침묵을 지키신 예수님의 모습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명을 먹이시고, 타볼산에서 거룩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신, 그리고 죽은 라자로를 무덤에서 불러내신 모습보다 더 진한 감동을 우리 마음에 남깁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억울한 일을 당할 때, 그리고 불리하다고 생각될 때, 자신의 정당성을 큰소리로 외치고 싶은 유혹에 번번이 굴복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자신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굴욕이나 모욕 앞에서 침묵할 수 있을 때, 그때 우리 자신은 조금씩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이라 믿습니다. 침묵은 인간을 승화시키고 성화시킬 수 있는 터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님!

증인들의 거짓 증언 앞에서까지 침묵하신 당신을 닮아 꼭 필요할 때에만 말할 수 있도록 저희의 입술을 지켜 주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인류구원을 위해 커다란 십자가를 지신 스승님께서 나를 따르라 하시며 묵묵히 앞장서 가십니다. 그런데 저희는 자신의 작은 십자가마저도 무겁다고 불평하곤 하였습니다. 예수님, 예수님 하면서도 막상 십자가 무게를 받아들이기를 힘들어 하였습니다.

 

주님!

이제는 당신께서 십자가를 지고 앞장서 가신 것처럼 저희도 십자가를 지고 뒤를 따라 가렵니다. 십자가를 거부하고 싶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저희를 지켜 주시고 주어진 십자가를 불평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저희를 성숙시켜 주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3처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십자가의 무게가 너무 힘에 겨워 예수님께서 흙먼지 속에 넘어지셨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고통에 짓눌릴 때, 우리 역시 넘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도와달라고 소리쳐도 우리를 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직 한 분, 함께 넘어지신 예수님께서 우리의 고통을 알고 계시며, 우리가 다시 일어설 때까지 기다려 주시고 도와주십니다.

 

주님!

당신께서 도와주신다면 저희는 넘어짐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저희를 일으키시어 끝까지 이 길을 걷게 하여 주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4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사람들의 조롱과 모욕을 받으며 괴로워하는 아들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어머니의 아픔을 봅니다. 어머니는 자기 자신의 고통보다 자녀의 괴로움을 더 아파합니다. 어머니는 이 극심한 고통을 침묵으로 견디어 내십니다.

 

주님!

자녀들 때문에 슬퍼하며 마음 아파하는 모든 어머니들의 슬픔을 위로해 주시고 눈물을 닦아 주시며, 그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안겨 주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5처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짐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기진맥진하시어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는 시몬은 말이 없습니다. 침묵 안에서 불완전한 인간 시몬이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순간입니다. 이것이 침묵의 기적입니다.

가난하고 병들고 버림받고 무시당하고 모욕당하며 억눌려있는 이들에게 말 없이 다가가서 따뜻한 손을 내밀 때, 그래서 그들의 짐을 함께 져 줄 때, 시몬에게 나타난 침묵의 기적은 우리 안에서도 일어날 것입니다.

 

주님!

선을 행할 때는 침묵하게 하소서. 타인에게 알려지기 위한 선행은 이미 선행이 아님을 깨닫게 해 주시고, 모든 인간은 마땅히 선행을 하도록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하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6처 베로니카,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림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침 뱉으며 머리를 때리고 조롱하는(마태 27,30) 군중들을 헤치고 홀로 달려 나와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하는 베로니카는 믿는 이들의 모범입니다.

고통은 함께 나눌 때 작아지며, 함께 괴로워할 때 힘과 용기 그리고 위안을 얻게 됩니다. 이웃의 고통을 못 본 체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곧 그리스도를 외면하는 것입니다.

 

주님!

저희 모두는 한 몸의 지체임을 알게 하소서. 이웃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저희가 되게 하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7처 기력이 다하신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와 하나되어 살아가야 할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자신의 뱃속을 하느님으로 삼고, 세상일에만 마음을 쓴다면, 그것은 십자가에 무게를 더 얹어 예수님을 거듭 넘어뜨리게 하는 걸림돌이 되는 것임을 깨닫게 합니다.

 

주님!

잠깐 사이에 지나치게 되는 이 세상이 마치 영원히 계속되는 것처럼 살면서 세상일에만 마음을 쓴다면 그것을 곧 십자가에 무게를 더하는 것임을 알게 하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8처 에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십자가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면서 울고 있는 여인들을 위로해 주시는 예수님은 모든 우는 이들의 위로자이십니다. 세상살이가 너무 힘겨워서, 아무리 노력해도 늘 가난하기 때문에, 타인의 멸시와 하대에 속상해서, 인간다운 대우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인정받지 못해서 울고 있는 우리를 위로해 주시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음성이 있습니다.

 

주님!

당신의 위로 외에는 어떤 인간적인 위로도 저희에게 헛되다는 것을 알게 하시고, 인간의 위로에 걸려 넘어져서 당신의 말씀을 듣지 못하게 되는 일이 없게 하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9처 에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기필코 윗자리에 올라야겠고, 무슨 수를 써서든지 사람을 다스려야 하고, 모든 일이 나 아니면 안 되고, 내 사람이 중요한 직책을 맡아야 한다는 무서운 집념을 가진 사람들의 억압과 힘에 눌려,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십니다.

잘못된 이기심과 집념, 특혜와 예외와 차별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삶을 무너뜨리고 맙니다.

 

주님!

어리석은 사람이나 똑똑한 사림, 부자나 가난한자, 무능한 사람이나 유능한 사람, 모두가 당신의 자녀이며 저희들 형제자매라는 것을 깨닫게 하시어 사람들을 차별대우하는 잘못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0처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무죄한 이가 죄인으로 묶여 십자가에 달려 있는 것만으로도 억울하고 원통한 일이거늘, 하물며 군중 앞에서 옷까지 벗겨져 알몸을 드러내게 되었으니, 그 수치심과 고통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예수님께서 당하시는 이 고통은 ‘인류 구원’이라는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에 ‘고통을 끌어 안은 순명’으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주님!

주어진 고통은 결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고통은 성숙의 씨앗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고통과 당당히 맞서서 싸워 이기도록, 그래서 그리스도인으로서 품위를지니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바늘 끝으로 조금만 찔려도 고통을 느끼기 마련인데 못질을 당할 때의 고통이야 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일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아픔을 호소하거나 비명을 지르지 않으시고 하느님 아버지께 원수들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고 계십니다.

누군가 내 가슴에 못을 박는 사람 앞에서 진정으로 “아버지 저 사람을 용서하소서”라는 기도를 바칠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우리는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 사랑의 경지에 올라 예수님과 일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

매 순간 용서의 기도를 하게 하소서. 매일 용서를 실천하는 삶이 되게 하소서. 용서는 혼란스러워지고 지저분해진 자신을 정화시키는 수단임을 알게 하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2처 에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사랑 때문에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시는 예수님, 그리고 이웃을 위해서 목숨까지 스스로 바쳐야 이룩되는 완덕의 경지..., 그러므로 사랑은 제일 위대한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데, 하물며 우리를 싫어하고 우리를 미워하며 우리에게 조롱과 비난의 화살을 쏘는 사람, 우리의 자존심마저 꺾으려 드는 사람들을 위해서 예수님은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치십니다.

 

주님!

아무리 노력해도 좋아할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을 위해 기도하게 해 주시고, 남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어리석은 행동으로 인간관계를 파괴하지 않도록 저희를 지켜 주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3처 제자들이 예수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내려진 예수님의 시신이 어머니의 품에 안기십니다. 높이 매달려 있던 정의가 내려져 어머니 품에 안기는 순간입니다. 성모님 품안에 안긴 모든 것은 곧 정의로 변화될 수 있다는 상징입니다.

아! 성모 마리아, 영원한 정의의 어머니시여!

마리아에게서 비롯된 정의의 횃불이 어둠을 몰아내고 온 세상을 밝게 비출 것입니다.

 

주님!

온 몸을 태워 주위를 밝히는 하나의 작은 촛불이 되게 하소서. 캄캄한 바다에서 길잡이가 되는 등대가 되게 하소서.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비추어 주는 횃불이 되게 하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4처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무덤은 영원한 자유를 얻기 위하여 통과해야 할 관문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무한한 자유를 살기 위해서는 먼저 죽어 묻혀야 합니다. 자유가 약속된 묻힘이기에 이 무덤은 희망의 상징이며 부활의 예고입니다.

 

주님!

당신의 무덤 앞에서 안개와 같은 덧없는 인생의 무상함을 묵상합니다. 비록 사라져 버릴 안개와 같은 존재일지라도 오늘의 삶을 책임 있는 자유로 완성하고자 합니다. 무덤에 이르는 그날까지 저희에게 허락하신 모든 자유를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도록 늘 깨어 있게 하시고, 자유를 위해서라면 어떤 고난도 끝까지 참고 참고 견딜 수 있도록 힘을 주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마치면서]

창세 이래 가장 고귀한 사랑의 현장입니다.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으로 인간을 옥죄던 죄악의 사슬이 끊어진 복된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울고 있습니다.

인류의 절망을 당신의 연민과 동정으로 감싸 용서해주신 그 완벽한 사랑에 눈물만 흘릴 뿐입니다.

당신의 뜻에 어깃장을 놓았던 허물이 하도 커서 가슴만 치게 됩니다.

용서하소서.

 

오늘 저희의 눈물이 베드로의 눈물처럼 완벽한 참회로 이어지게 하시고

다시는 당신과 떨어지려 도망치지 않도록 사랑의 고리로 묶어 주십시오.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당신의 향기를 풍겨 감동을 선물하여 변화시키는 복음의 일꾼이 되게 하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