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20년 성 토요일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미사 강론

등록일
2020-04-12
조회
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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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어둠이 빛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 삶의 어두움 속에, 한줄기 강렬한 빛이 비추어오고 있습니다. 어둠의 그늘 밑에 앉아 있는 온 백성에게 희망과 생명을 주는 놀라운 빛입니다. 그 빛은 죽음이라는 어둠을 뚫고 우리 삶 한가운데 자리하는 새로운 생명, 영원한 생명의 부활의 빛입니다. ‘그리스도 우리의 빛’
  주님 부활의 은총과 축복이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충만히 자리하기를 기원합니다. 그 부활의 빛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일산성당 공동체를 밝게 비추어주기를 기도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통해 우리 마음 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모든 불안과 공포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20년 우리 모두는 아주 특별한 의미의 부활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교회 역사 안에서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이 시간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선 부활이란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을 넘어 주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새로운 생명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죽음이라는 절대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늘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불안에 떨며 살아가는 인간에게 죽음을 넘어선 영원한 생명은, 복음 즉 ‘기쁜 소식’의 핵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활은 우리 신앙의 중심이며, 우리 모든 신앙인은 그 부활을 향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최근 온 세상을 휘감고 있는 바이러스의 공포는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실제적인 도전이었습니다. 그 보이지 않는 위험 속에서 우리는 주님의 수난시기를 맞이하였고, 그것을 극복하는 원천적인 힘은 주님 부활의 신비 속에서 찾아야 함을 이 시간들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 신앙인은 주님부활의 신비를 마음 안에 굳건히 간직하고, 그 부활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기 위한 부활의 삶이란, 세상의 빛으로 오신 주님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어둠을 비추는 세상의 빛으로 당신 자신을 드러내셨듯, 그분을 따르는 우리 신앙인의 삶의 방식은 바로 세상의 빛 세상의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그 삶의 방식은 주님께서 남기신 유일한 계명, 즉 ‘서로 사랑하여라.’라는 계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어둠을 비추는 부활의 빛, 희망을 보았습니다. 방역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사람들, 위험을 무릅쓰고 자원하여 현장을 누비는 많은 의료진들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이웃의 아픔에 동참하기 위해 각자의 영역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많은 이웃들의 모습에서 저는 어둠을 물리치는 부활의 삶을 보았습니다.
  신종 바이러스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국가 중 하나가 바로 교황님께서 머무시는 이탈리아입니다.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 2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중에는 80여명에 이르는 천주교 사제들도 있습니다. 많은 신부님들이 코로나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병자성사를 거행하다 감염되었고, 그중에 많은 신부님들이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이탈리아 북부 베라가모의 한 병원에서 ‘돈 주세페 베라르델리’라는 72세의 신부가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를 아끼는 신자들이 돈을 모아 산소 호흡기를 마련하여 그 신부의 치료를 도우려했지만, 그는 자신보다는 호흡기 없이 고통 받는 젊은이에게 그 의료장비를 양보하고 자신은 병마와 싸우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이 경우 목숨을 잃었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목숨을 얻었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그 신부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고 그들의 애도 속에 하느님 품에 안겼다고 합니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세상을 밝히는 부활의 빛이 곳곳에서 타오르고 있습니다. 부활을 믿고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은 어둠에 편승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어야 합니다. 주님께서 그러하셨듯 말입니다.
  주님 부활의 기쁨이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더불어 그 기쁨을 어둠 속에 살아가는 이웃들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은형 디모테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