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4월19일 일요일 오늘의 묵상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 등록일
- 2020-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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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평화.그리스도
“평화가 너희와 함께!” 두려움에 떨며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숨어 지내는, 요즘 우리 상황에 빗대어 말한다면 자가격리 중인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제일 먼저 하신 말씀입니다. 주님께서는 십자가의 죽음을 앞두시고 제자들에게 이런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평화를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세상이 추구하는 평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세속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평화를 권력이든 금력이든 무력이든 ‘힘’을 통해 얻으려 합니다. 그러나 그런 평화는 불안함을 내포한 불완전한 평화일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힘의 과시가 아닌 ‘사랑의 나눔’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많은 해외 언론들이 대한민국의 상황을 주목하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선진적인 방역활동과 사재기 없이 차분하게 대응하는 시민들, 그에 더해 질서정연하게 성공적으로 전국적인 투표를 진행하는 모습은 세계 각국에 큰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외국인들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 것 중 하나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었다고 합니다. 위험과 위기의 순간에도 서로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이 그들 눈에 놀랍게 비춰졌던 모양입니다. ‘나눔의 실천’ 이것이 평화를 이루는 핵심적인 삶의 방식입니다.
평화라는 한자말을 보면 그 의미가 더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평화(平和)는 평평할평(平)+벼화(禾)+입구(口)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벼 즉 쌀이 입으로 골고루 들어가는 상태를 말합니다. 격차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쌀이 골고루 나누어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나눔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평화란 ‘사랑의 나눔’이 이루어지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인사 말씀을 건네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부활을 믿는 우리 신앙인들은 이 평화를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비록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기이지만 위축되지 말고, 사랑의 나눔을 통해 부활의 신비, 평화의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느님께서 계시도다.’
이은형 디모테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