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사순 제 5주간 일요일 "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등록일
2020-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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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어느덧 봄기운이 완연해졌습니다. 봄소식을 알리는 꽃들이 곳곳에서 피어나는데 우리 삶은 아직도 어둡고 차가운 터널 속에 놓여있습니다. 금요일 오후 공문이 또 내려왔습니다. 정부 시책에 맞추어 미사를 4월 5일까지 중단한다는 내용입니다. 단순히 험난한 사순시기를 보낸다고 했는데, 이제 정말 사순의 시간을 모두 보내고 성주간과 성삼일 그리고 부활을 맞이할 때가 다가왔습니다.
  오늘은 사순5주일입니다. 어제 성당에 기도하러 들른 한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신부님! 평화로운 일상이 이렇게 소중한 줄 이제야 알겠습니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 국면에 지친 그분의 삶의 고백이 하루종일 귓가를 멤돕니다. 주어진 일상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살았던 지난 날들을 반성하며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합니다.
  오늘 복음은 나자로의 소생과 관련한 긴 복음입니다. 30여년 전 신학생 시절이 생각납니다. 당시 저는 학생회 간부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군부독재로 사회가 암울하던 시절, 많은 동료들이 민주화를 외치며 목숨을 내던지던 시절이었습니다. 신학교 축제를 위해 주제 성구를 공모하였습니다. 그때 정해진 성경 말씀이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돌을 치워라!”라는 주님의 말씀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그 말씀이 우리 삶을 억압하는 구조적인 사회모순이나 부조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30여년이 지난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같은 말씀에 머물게 됩니다. 과거 외부로 향했던 시선이 이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내가 치워야할 돌은 과연 무엇일까? 혈기 왕성했던 시절, 우리를 억압하던 세상이 바뀌면 모든 것이 변할 줄 생각했습니다. 물론 변화도 있었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것이 아님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우선적으로 세상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내 자신이 변해야 함을 알게 된 것입니다.
  수많은 돌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 걸림돌은 누군가가 아닌 내 자신이 치울 수 있는 아니 치워야 하는 돌들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놀라운 권능을 펼치시기 위해 우리에게 명하십니다. “돌을 치워라!”

  주님과 함께 부활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내가 치워야 할 돌은 과연 무엇입니까?

 

  이은형 디모테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