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이은형 디모테오신부)

등록일
202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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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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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우리의  평화.

  당혹스럽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쉽게 회복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벌써 한 달을 훌쩍 넘겨 이제 사순시기의 절정인 성주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 거룩한 주간을 신자들과 함께 맞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이젠 언제일지 기약도 없이 미사가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몇 년 전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이 반포되었습니다. 긴 교회 역사 안에서 생태 환경과 관련한 첫 회칙이었습니다. 교황 명의의 가장 중요한 문서인 회칙에 환경문제가 거론된다는 것은 그만큼 현대사회에 그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교황님의 권고(혹은 경고)에 사람들은 별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맹위를 떨치면서 공포심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 끔찍한 재앙은 어찌 보면 인간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이 있습니다. 무분별한 환경파괴로 인한 대자연의 반격이라는 측면이 강한 것입니다. 코로나19의 공포가 오히려 지구환경을 깨끗하게 만들고 있다는 소식들은 이 위기를 대응하는 우리들이 같은 위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잘 제시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아주 특별한 의미의 사순시기와 성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순시기를 보내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용어는 ‘회개’입니다. 회개란 자신의 부족함과 나약함으로 인한 잘못을 반성하고 과거의 잘못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포괄하는 용어입니다. 코로나19의 위험 속에서 우리는 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선물처럼 마련해 주신 대자연을 너무도 함부로 대했던 지난 시간에 대한 반성과 참회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바이러스로 인해 지금 우리가 겪는 이 고난의 시간은 하나의 경고음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편의를 위해 자행되는 무분별한 환경파괴 행위는 더 크고 무서운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겪는 이 특별한 의미의 사순시기는 아파하고 신음하는 대자연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하느님 창조의미를 되살리며 부활을 준비하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신앙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교우 여러분과 함께 하지 못해 너무도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어느 자리에서 무엇을 하든 우리 신앙적 여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성주간이 하느님과의 만남을 더욱 깊게 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을 위해 기도합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징표를 잘 읽고, 주님의 참된 자녀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평화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성삼일 전례에 함께 참여하시기 바라며, 성목요일에는 가족들의 발을 서로 씻어주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또한 주님 부활을 준비하며 정성껏 부활달걀을 꾸며보는 시간을 통해 부활의 기쁨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님수난 성지주일에 이은형 신부 드림.

 


[홍보국] 공문(교구장 20-007) 4항 관련 성삼일 전례 생중계 일정 공지해 드립니다.
성 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4월 9일 20시, 주교좌 의정부 성당)
성 금요일 주님 수난 예식(4월 10일 20시, 주교좌 의정부 성당)
부활 성야 미사(4월 11일 20시, 주교좌 의정부 성당)

생중계 유튜브 주소는 해당일 오후에 올려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