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20년 4월 6일 오늘의 묵상 (최종운 토마스 신부)
- 등록일
- 2020-04-06
- 조회
- 649
- 파일
- 함석헌의 ‘진정한 인간관계가 그리운 날’ 중에서.hwp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리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너 뿐이야’하고 믿어주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탓 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어라’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너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예’ 보다도 ‘아니오’라고 가만히 머리 흔들어 진실로 충언해 주는 그 한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
(함석헌의 ‘진정한 인간관계가 그리운 날’ 중에서)
교회전례에서 일 년 중 가장 거룩하고 의미로운 성주간(聖週間, Hebdomada major sancta)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사순기간은 여건 상 공동체가 함께 할 수는 없었지만, 주님 부활의 은총과 축복을 우리 삶 안에 가득 채우기 위한 마지막 시간이기에 일상 안에서 주님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하루하루가 되길 기원합니다.
신앙은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입니다. 우리는 한 생을 살아오면서 윗글에 나오는 그런 한 사람을 가졌는지요? 어찌보면 예수님이 그 한 분이 아닐런지요?
내 자신의 허물과 부끄러움에도 언제 어디서나 곁에 머무시며 지켜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그런 분.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나의 그런 분. 함께 머뭄이 그지없이 고마우신 그런 분.
주님 부활은 그런 분을 만나 내 삶에 간직하는 행복의 시간입니다.
라자로의 동생 마리아는 ‘비싼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 드렸습니다. 그러자 온 집 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하였습니다.’
우리도 일상 안에서 만나는 수 없이 많은 예수님들이 있습니다. 부모, 배우자, 자녀들, 이웃들, 내 기도와 도움이 필요한 이들, 미움이 가시지 않는 이들 그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이들이 오늘을 사는 예수님의 또 다른 모습은 아닐런지요. 오늘 내가 만나는 예수님들께 마리아가 그랬듯이 향유를 붓고 머리카락으로 닦아 줄 때, 그 향기는 우리 가정에 그리고 이 세상에 가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향긋한 내음이 가득한 사랑의 향기와 아름다움이 넘치는 믿음의 향기가 그리고 격려와 응원이 되는 위로의 향기가 우리의 일상 안에 충만하길 기원해 봅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합니다.’
- 협력신부 최종운 토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