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이은형 디모테오신부

등록일
2020-03-21
조회
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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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유럽 발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게 번지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국제적 전염병으로 선포한 이후 세계 각국의 경계심은 더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확산세가 약간 꺽이기는 하였지만, 경계심을 늦출 수는 없는 실정입니다. 결국 우리 교구에서는 미사 중단 시기를 4월 1일까지 연장하였습니다. 그 이후의 상황도 어찌될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유일한 바람이라면 신자들과 함께 성주간을 보내고 부활의 기쁨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놓고 있습니다. 거리의 사람들은 마스크로 무장을 하고 있고, 공적 마스크 구입을 위한 긴 줄이 곳곳에 이어져 있습니다. 서로간의 만남을 최소화하고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으며, 소비 패턴도 주문 형태로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봄 기운은 물씬 풍겨오는데 우리의 삶은 아직 겨울의 어두운 터널 한복판에 놓여있는 듯 합니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이 시간들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봅니다. 사순4주일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을 만나 눈을 뜨게 되는 소경의 이야기가 길게 펼쳐집니다. 그 내용을 묵상하다보면 이 일화가 단순히 소경이 눈을 떠 보게 되었다는 의미 이상의 풍요로움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소경이 예수님을 알아가는 과정이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는 것입니다. 육체적인 눈을 넘어 영적인 눈을 뜨고 구원의 기쁨을 얻는 소경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 나는 세상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지, 혹 내 자신이 영적으로 소경의 처지에 있는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사람들은 두 눈으로 사물을 봅니다. 시력이 좋은 사람도 있고, 시력이 나쁜 사람도 있습니다. 시력이 나쁜 사람은 안경을 통해 자신의 시력을 교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아주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는 시력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사람은 빛을 통해 사물을 바라봅니다.
  영적인 눈으로 세상을 볼 때 역시도 빛이 필요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빛이신 주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때 비로소 세상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어둠 속에서는 그 어떤 것도 볼 수 없습니다. 세상은 캄캄하고 희망도 없고 두려움만이 가득할 것입니다. 제대로 보려면 빛이신 주님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희망을 봅니다. 주님과 함께 걷는 길이라면 그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빛으로 오신 주님을 통해 영적인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며, 세상 사람들에게 밝음을 선사할 수 있는 빛의 자녀가 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사순4주일 이은형 디모테오 신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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