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 훈화
대림 제2주간 레지오 훈화
- 등록일
- 202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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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2주일에 복음은 우리에게 예수님의 선구자인 세례자 요한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마르 1,1-8). 복음은 우리에게 세례자 요한을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라고 소개합니다. 소통이 있을 수 없는 텅 빈 공간인 ‘광야’와 외치는 이의 ‘소리’는 서로 상반되는 두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세례자 요한의 내면 안에서 조화를 이룹니다.
먼저 광야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요한이 복음을 선포하며 지냈던 광야는 수 세기 전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위해서 요르단 강을 건넜던 바로 그 지점에 있었습니다(여호 3,1-17). 그곳에서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세례자 요한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40년 동안 당신의 백성과 동행하시고, 당신의 백성을 보호하시고, 당신의 백성을 가르치신 광야로 돌아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광야는 쓸데 없는 일에 연연할 여유가 없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오직 삶에 꼭 필요한 일에만 집중해야 하는 침묵과 본질의 장소가 광야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생생한 가르침을 줍니다. 인생의 길을 나아가려면 더 많은 것을 추구하려는 마음을 극복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잘 산다는 것은 쓸모없는 것들로 자신의 삶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자주 우리의 내면 안으로 들어가 우리의 삶에 참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가 침묵과 기도를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이신 예수님을 위한 공간을 우리 삶에 마련할 수 있다면 우리는 헛된 말이나 험담의 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 ‘소리’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소리, 혹은 목소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것을 드러내는 도구입니다. 우리는 이 도구가 침묵과 매우 관련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목소리는 침묵을 통해서 성령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신 것을 우리 내면에서 성숙시킨 다음 그것을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침묵할 줄 모른다면 좋은 말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침묵에 주의를 기울일 수록 말은 더 강해지고 힘이 생깁니다. 세례자 요한에게 그의 목소리는 그의 경험의 진실성과 그의 마음의 깨끗함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이 대림 시기를 보내면 좋겠습니다. 나의 일상에서 침묵은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 내가 지닌 침묵은 억압적인 공허한 침묵인가? 아니면 나의 마음을 지키는 경청과 기도의 공간인가? 나의 삶은 검소한가? 아니면 불필요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가?
침묵의 동정녀이신 성모님, 우리가 당신의 아들이 오심을 알리는 믿을 만한 소리가 되기 위하여 광야를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