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성탄을 축하 드립니다.

지금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의 시선과 마음은 베들레헴을 향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전쟁으로 인하여 고통과 침묵이 지배하는 그곳에서는 다음과 같은 선포가 있었습니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1).

이것은 베들레헴 하늘에서 천사가 우리에게 하는 말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태어나셨다는 것은 우리를 신뢰와 희망으로 가득 채우고 아버지의 영원하신 말씀이 우리 가운데 머무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분은 육신이 되셨고 “우리 가운데 살기 위해”(요한 1,14) 오셨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베들레헴 땅의 어둠 가운데 꺼지지 않는 빛이 켜졌습니다. 오늘 하느님의 빛이 세상의 어둠으로 둘러싸인 모든 사람을 비추십니다. 형제 여러분, 이 은총을 기뻐합시다. 신뢰와 확신을 잃은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그리스도는 여러분을 위해 탄생하셨습니다. 희망을 버린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손을 내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여러분에게 손가락질을 하지 않으시고, 여러분을 두려움에서 해방 시키시고, 모든 수고에서 벗어나게 하십니다. 마음에 평화를 찾을 수 없는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이사야의 고대 예언이 여러분을 위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습니다. 왕권이 그의 어깨에 놓이고 그의 이름은 놀라운 경륜가, 용맹한 하느님, 영원한 아버지, 평화의 군왕이라 불리리이다”(이사 9,5).

성경에서 평화의 왕은 죽음을 심는 이 세상의 왕의 반대를 받습니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학살되고 있습니까? 어머니의 자궁에서, 희망을 찾아 떠난 절박한 사람들의 길에서, 전쟁으로 고통을 받는 어린이들의 삶에서 말입니다. 그들은 오늘날의 작은 예수입니다.

평화의 왕을 지지하는 것은 전쟁을 부정하는 것이며, 이는 용기를 가지고 모든 전쟁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또한 전쟁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무기를 부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마음이 불안정하고 상처 받은 사람이 자기 손에서 죽음의 도구를 발견하면 조만간 그것을 사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헤로데 시대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신성한 빛을 반대하는 악의 음모는 위선과 은폐의 그늘 속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화의 왕을 예언한 이사야는 더 이상 전쟁이 없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이사 2,4).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그 날이 곧 올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해 그리고 세상의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