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전례/기도

사순 제1주간 월요일(2020년 3월02일) 강론

등록일
2020-03-02
조회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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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강론_사순제1주간월요일.hwp

202032[사순 제1주간 월요일]

 

교회는 어떤 곳인가요? 하느님의 집인가요? 만약 하느님의 집이라면, 어떤 점 때문에 하느님 집이라고 느끼시는지요? 교회가 거룩한 이유는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교회는 장소적인 측면을 뛰어넘는, 인격적이고 구체적인 그리스도의 정배입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하느님의 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번 주에 청년 빈첸시오 단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빈첸시오회를 잘 모르시는 분도 있을 것 같아서 소개를 하자면, 쉽게 말하면 자선활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더 나아가 사회의 결핍이 있는 곳을 도와주고, 불합리한 구조를 밝히는 데 관심을 갖습니다. 즉 빈첸시오회는 빈곤을 불러일으키는 사회구조를 조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인 것입니다.(참조: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회칙 7.1)

우리 본당 청년 빈첸시오 단장님이 제게 말했습니다. “연탄봉사와 보육원봉사를 했던 사회취약계층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할 것 같으니 빈첸시오회에서 도와주도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장님은 만약 마스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본인이 발품을 팔아서 구해보겠다고 앞장서 말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사실 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단장님의 연락이 오자마자 주임 신부님께 말씀드리니, 주임 신부님께서는 이렇게 필요한 활동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다행히 마스크를 약간 구할 수도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본당에서 많은 양은 아니지만 구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몇 년 전 겨울에 노동사목 관심 신학생 연수에 참여했습니다. 노동 사목에 관심이 있는 신학생들이 모여서 강의도 듣고 현장도 나가서, 우리나라 현실을 바라보고 교회의 역할에 대해 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교회는 노동은 신성한 것으로 바라보는데요. 또한 본당에 계신 모든 형제, 자매님들께서도 각자 일터에서, 가정에서, 교회 공동체 안에서 노동을 하시기에, 노동이야말로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특히 노동 사목은 우리나라의 현실과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며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때 당시 저는 현장에 가게 될 기회가 있었는데, 그 곳에서 한 노동자가 제게 말했습니다. “교회가 함께 있어줘서 외롭지 않았다. 너무 무섭고 두려웠는데, 교회가 달려와줘서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교회가 하느님의 집인 이유는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현존은 예수 그리스도를 위한 활동을 할 때 드러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그리스도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지금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계십니다. 단순히 악을 피하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는 개인적인 배려를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덕을 실천하며 내 이웃을 위해 행동을 바라고 계십니다. 교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는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전달하는 곳입니다.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세우신 목적은 세상 끝 날까지 예수님께서 하시던 일을 그대로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회는 누구입니까? 세례로써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 모두가 교회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일을 함께 해야 할 소중한 임무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여러분들도 보시다시피 가슴 아픈 일들이 너무나도 많죠. 그 모습들을 보며 절망하기도 하고, ‘그럼 그렇지하고 포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곳에 그리스도께서는 가십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주님은 모세에게 말씀하십니다. “,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거룩함은 고고하고 도달할 수 없는, 하늘에만 있는 어떤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예수님께서 하늘에서 이곳으로 내려오신 것처럼, 거룩함은 아래에 있고 복음 말씀대로 내 이웃들에게 있습니다. 우리 모두 거룩한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이 교회입니다. 우리들이 그리스도의 현존을 보여주는 거룩한 정배입니다. 거룩한 사람들답게, 이번 주도 이웃들을 위해 깨어있는 한 주 보내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