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전례/기도

사순1주일(2020년 3월01일) 강론

등록일
2020-03-02
조회
490
파일
200301_강론_사순1주일.hwp

20200301 사순1주일

 

사순 1주일입니다. 본격적으로 사순시기가 시작되었네요. 활자로 여러분들을 만난 지도 5일정도 되었습니다. 문득 미사 없는 강론이 어떤 힘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신자분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 조심하지 않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질 수 있다고 하니, 우리 모두 조심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불편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영성생활 하길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사순시기동안 예수님의 수난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첫 주일인 오늘 우리는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유혹받으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유혹이야기는 벌어진 시점이 중요한데요.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신 후, 공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예수님은 광야에서 유혹을 받습니다. 즉 세례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후, 자신의 새로운 사명을 실천하기 전의 상황을 오늘 복음으로 들은 겁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가 걸었던 광야는 어떤 곳입니까? 광야는 하느님을 만나는 곳으로 성경에서 표현됩니다. 아마 광야에서 그리스도가 본 것은 모래와 햇볕과 바람, 잘 수 있는 동굴정도였을 것입니다. 그 곳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을 체험했고 자신의 사명을 되새겼겠죠.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말고 옛날의 일들을 생각하지 마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한다.”(이사 43,18-19) 그리고 이 말은 예수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습니다. 살아있는 하느님을 믿는 것은, 과거의 경험 속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지금의 하느님이시며, 지금 여기 우리 삶에서 약동하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광야는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인 동시에 자신의 바닥을 보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예수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빵과 건강과 권력. 이것들에 대해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원합니다. 아니 응당 메시아나 영웅이라면 이 정도는 군중들에게 해줄 수 있어야 할겁니다. 빈곤을 없애는 것은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요. 건강을 준다는 것 역시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었습니다. 권력도 마찬가지죠.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것들을 다 물리치십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전형적이고 예측 가능한 메시아의 모습에 얽매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전했던 기쁜 소식은 충격적일 정도로 신선하고 새로운 소식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전했던 기쁜 소식의 새로움은 오늘 1독서에서 들은 창조이야기를 통해 더 도드라집니다. 아담과 하와는 뱀의 유혹에 빠져 선악과를 먹고 거짓말을 해서 하느님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하느님은 마치 심판하는 듯한 모습으로 구약성경에 비춰집니다.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 그리고 세례자 요한도 하느님을 세상 끝 날에 벌을 주는 심판자로 인식했죠.

하지만 예수님이 세례 때 만난 하느님의 모습은 어땠나요?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르 1,11) 더 이상 심판자가 아니라, 사랑 넘치는 아버지로 만나게 됩니다. 우리들은 예수님 이후로 하느님의 사랑받는 아들이 되며, 하느님 나라는 혼인잔치에서 함께 하는 큰 축제가 되었습니다.

 

광야에서 나온 후 이제 예수님의 목적지는 분명해졌습니다. 그분은 되돌아가거나 에둘러 가지 않을 겁니다.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우리 곁으로 뚜벅뚜벅 걸어오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는 목숨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담대히 걸어갈 것입니다. “와서 보아라”(요한 1,39)라고 말한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앞으로 40일간 이 여정을 저희도 함께 걸어갑시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