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전례/기도

3월13일 사순 제2주간 금요일

등록일
2020-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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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3일 사순 제2주간 금요일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습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습니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했습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답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우리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멍든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게 하십시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우리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깁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집짓는 자들이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는 성경의 말씀을 주위에서 늘 보게 됩니다. 그 가슴속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들-. 씨앗하나를 가슴에 품고 마침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놀라운 자연의 변화를 비롯해서-변화하는 것들 사이로 결코 변하지 않는 진리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 씨앗은 꽃이 되고 길가에 버려진 돌은 모퉁이의 머릿돌이 됩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하느님을 믿고,  진리 따라 살아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소용돌이 같습니다. 머릿돌이 된다는 것은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 균형을 잡고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깊은 구덩이 속 소용돌이가 치는 한 가운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중심이 있습니다. 이 고요한 중심에 하느님이 서 게십니다. 우리 내면 가장 깊은 중심에도 텅 빈  침묵으로 하느님이 서 계십니다.  하늘을 바라보며 소용돌이치는 물결의 중심에 서있는 일은 언제라도 곧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처럼 위태롭습니다. 내면은 끊임없는 물음에 시달립니다. ‘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언제까지 서 있을 힘이 내게 있을까?  이대로 주저앉고만 싶어집니다. 갈등과 번민 , 혼란으로 밤을 지새웁니다. 때때로 찾아드는 절망으로 시야는 깜깜해지고 아침은 영영 찾아 올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둠은 물러가고 새날은 찾아오고야 맙니다. 어둠과 절망의 깜깜한 웅덩이 속에 빠졌어도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는 믿음은 보이지 않는 고통을 견디게 합니다.  우리 가슴속에 하느님의 진리가 승리하리라는 믿음은 우리 뼈를 고난 속에서도 단단하게 만들고 긴 기다림을 굳건히 견디게 합니다.

사랑이 깊으면 고뇌도 깊습니다. 그 고뇌는 다시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낳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하느님의 사랑을 부정하려는 마음입니다.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개의치 않고 길가에 내버려진 우리 자신을 머릿돌로 삼으시려는 하느님을 믿지 못하는 마음입니다. 사순시기를 지내며,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해서 일희일비하며 살아가는 조급한 마음이 들 때 마다 조용히 외워봅시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