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전례/기도

200307_사순제1주간토요일(3월8일 신심 미사)

등록일
2020-03-0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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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신심미사 강론.hwp

20203월 신심 미사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이죠. 어제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도 하는 말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때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할 때도 귀찮아서 마스크를 끼지 않았는데, 요즘은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으니 반드시 착용하고 다닌다네요. 삶은 많이 불편해지고, 뉴스를 보면 속상한 소식들이 너무 많이 들려 우울해집니다. 하지만 우울하고 축 처지는 분위기에 갇혀있고 싶지는 않습니다. 조심할 필요는 있지만, 그럼에도 일상에서 기쁨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3월 신심미사를 드리는 오늘, 복음은 일상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임신한 성모님은 친척 엘리사벳을 시중들기 위해 찾아갑니다. 엘리사벳도 임신을 했는데, 나이가 많아 누군가의 시중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성모님은 엘리사벨을 찾아가는 길 내내 불안했을 것입니다. ‘엘리사벳이 나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나를 비난할까, 아님 내게 돌을 던질까.’

하지만 엘리사벳은 성모님을 만나자마자 손을 맞잡고 성령이 넘쳐 기쁨에 겨워 인사합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이 따뜻한 상황이 느껴지시는지요? 성모님을 만나는 순간 엘리사벳은 성모님 태에 있던 예수 그리스도를 느꼈던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현존은 인간 삶의 가장 사소한 것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 가정, 잉태, 도움, 기쁨. 이렇게 사소한 인간의 삶에서 예수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작은 성모님의 개방적인 자세였습니다. 성모님은 먼저 하느님께 자기 자신을 개방해서 보여주었고, 엘리사벳을 찾아가 자신의 마음을 전합니다.

성모님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개방하고 하느님과 이웃들에게 다가갑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방을 통해 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신다고, 오늘 복음은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 하는 이 세상 안에서 스스로를 개방하지 못한다면 기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은 채 껍데기로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주변 이웃들에게 개방하기 힘들다면, 하느님께 먼저 개방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잠시 침묵 중에 하느님을 생각하며, 말을 건내는 것입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리의 마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방이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

 

예수님이 인간 삶의 가장 사소한 것에서 출발하듯이, 우리도 일상을 소중히 여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불편하고 우울한 분위기 속에 갇혀있지 말아요. 조심은 해야겠지만, 일상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는 기원합니다.

아가의 말씀으로 강론을 마치겠습니다. “, 이제 겨울은 지나고 장마는 걷혔다오. 땅에는 꽃이 모습을 드러내고 노래의 계절이 다가왔다오. 그대의 모습을 보게 해주오,”(아가 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