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성인
성모 탄생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신 축일’은 가장 오래된 마리아 축일들 가운데 하나이다. 초대교회 때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로마교회에는 네 가지 커다란 마리아 축일이 있었는데, ‘주님 탄생 예고(성모 영보)’, ‘주님 봉헌(성모 취결례)’, ‘성모 승천’, ‘마리아 탄생 축일’이 그러하다. 그 중 앞의 두 가지는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후 전례적 개정 때 원래의 의미대로 주님 축일 그룹으로 환원된 것이고, 성모 승천과 성모 탄생을 성모님 축일로 오랫동안 지내왔다.
마리아 탄신 축일의 기원은 대략 5세기경 9월 8일에 있었던 베짜타 못 가까이에 있는 예루살렘의 한 마리아 성당의 축성일에 두고 있는데(요한 5,2 참조), 이 못 가까이에 마리아의 탄생 생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한다. 후에 안나 성당은 이 전승을 이어받았다.
500년경 콘스탄티노플에서 활동하였던 그리스인 부제 로마노스의 찬미가를 보면 이 마리아 탄생 축일은 그 당시에 이미 백성들 사이에 깊이 뿌리를 내렸던 것으로 여겨진다.
로마 교회에서는 7세기경에 이 축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날 교황 세르지오 1세(687-701)가 하드리아노 성당에서 마리아 대성당까지 행렬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주님의 탄생 축일과 세례자 요한의 탄생 축일 외에 성모 탄생 축일은 로마 교회의 축일표에 나오는 세 번째 탄생 축일이다.
[축일의 의미]
마리아 탄생 축일은 초대교회에서부터 세례자 요한의 탄생 축일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의 앞길을 미리 준비하였듯이, 마리아도 예수님의 인성을 준비하기 위한 하느님의 도구였다. 따라서 마리아 탄생 축일은 구세주를 맞이할 준비를 위한 축일이며 인류에게 기쁨이 되는 축일이다.
이 축일은 마리아의 탄생에 대한 기쁨을 표현하였던 전통과 구세주를 준비하기 위한 도구이신 마리아의 역할을 강조한다. 예수님께서 원죄 없이 탄생하신 분이시므로 마리아도 원죄 없이 탄생하셨다는 교리가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 교리는 비오 9세 교황에 의해 마리아도 탄생뿐 아니라 잉태되실 때에도 원죄가 없으셨다는 신앙으로 발전한다. 그래서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신 축일(9월 8일)’에 비추어 아홉 달 전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12월 8일)’을 교회가 기념하는 것이다. 이처럼 마리아 탄생 축일에서 잉태 축일이 생겨나기도 하였다.
축일 미사전례는 구세사 안에서, 특히 그리스도와 관련지어 마리아의 역할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마리아의 탄신으로 우리의 구원이 시작되었고(본기도), 마리아는 한결같이 순결한 모성을 지니신 분이시다.(예물기도) 그래서 마리아는 우리 구원에 희망의 빛이 되신다.(영성체 후 기도) 말씀의 전례는 미가 예언자를 통해 작은 도시 베들레헴에서 하느님의 구원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들려주며(제1독서), 예수님의 족보와 예수님의 탄생사화(마태복음)에서 마리아의 구세사적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