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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성모 승천 대축일 교구장 메시지

등록일
2022-08-13
조회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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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될 주님 교회의 시작이며 모상”이신 마리아

 

 

오늘은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하늘로 불러올리신 사건을 기념하는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지상 생활을 마치신 성모님께서는 무덤의 부패를 겪지 않고 하느님 나라의 영광에 참여하도록 하늘로 불러올림을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성모님께서 하늘로 올려지심(Assumptio)은 미래 모든 그리스도인이 누리게 될 종말론적 희망이자 그에 대한 보증입니다. 오늘 성모님의 대축일을 지내며 어머니 마리아의 모습을 다시금 기억하고 싶습니다.

 

1. 경청의 모범이신 마리아

 

우리가 복음에서 처음 만나는 성모님은 가브리엘 천사의 인사를 받던 나자렛 소녀였습니다. 천사와 마리아의 만남에서 첫 말문을 연 것은 가브리엘이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에 들이닥친 놀라운 신비 앞에서 마리아는 마치 침묵하듯 천사가 먼저 말하기를 기다렸습니다. 놀라 소리를 지르거나 겁먹고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이 소녀는 천사의 말을 기다렸고, 그 인사말을 경청하였습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하지만 놀라운 천사의 인사말이 마리아에게는 선뜻 이해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마리아는 무척 인상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1,29). 마리아의 반응은 되묻는 게 아니었고, 거부하는 것은 더욱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 어머니는 그 시작에서부터 ‘잘 듣는 사람’ ‘들은 바를 가슴에 깊이 간직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바로 그리스도인이 하느님 앞에서 지녀야 할 자세이기도 합니다. 베들레헴 목자들의 말을 들었을 때(2,19 참조)도, 예루살렘 성전에서 예수님을 되찾았을 때(2,51 참조)도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신 성모님은 경청하는 신앙인의 모습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십니다.

 

2. 듣는 것은 모든 이가 실천해야 할 과제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웃들의 이야기도 잘 들을 수 있습니다. 듣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태도와 습관과 관련된 것이기에 일관성을 갖습니다. 곧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는 것과 이웃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그 이상으로 상대의 말을 알아듣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배워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웃이나 본당공동체, 더 나아가 사회 안에서 생각과 의견이 달라 생기는 갈등들은 상대방을 존중하며 용기 있게 대화를 나눔으로써 풀릴 수 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마음에 간직하며 성령께서 들려주시는 말씀을 기다리는 훈련을 거듭할 때, 우리 안의 분열이 극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실천이 없다면 우리 삶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의 삶을 돌이켜 볼 때, 하느님과 이웃의 목소리를 듣는 일에서도 이렇게 해온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해봅니다. 만일 그렇다면, 들음의 모범을 보여주신 성모님을 닮도록 노력하는 일이 더욱 필요하겠습니다.

 

3.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의 지속과 활성화를 위하여

 

경청과 관련해서, 우리는 상반기에 소중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세계주교시노드 경청모임을 실시한 것입니다. 우리 교구에서는 5,500명이 넘는 신자가 참여하여 2,000회가 넘는 경청모임이 열렸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형제자매님과, 본당공동체, 각 위원회 그리고 사도직 단체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세계주교시노드 초반, 일부에서는 경청모임이 시노드에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단발성 이벤트로 여겨지거나, 여러 건의사항을 모으는 작업 정도로만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청모임을 통해 많은 교우가 하느님 성령과 이웃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위로를 받고 나아갈 길을 찾는 역동적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소중한 결실은 성령과 이웃들 안에서 ‘교회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한 것입니다. 이는 단지 자기주장을 관철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며 성령께서 이끄시는 바를 함께 찾고자 했던 노력의 열매입니다.

이러한 경청모임이 교회의 본질을 구현하는 신앙 활동으로서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작게는 구역반 모임 또는 사도직 단체에서부터 본당 사목평의회와 본당공동체 전체 차원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실시되기를 희망합니다. 지금까지 모여진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반영할 방안을 본당 또는 공동체 차원에서 모색하는 일은 물론, 특히 본당에서는 매해 사목계획을 수립할 때 경청모임을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기를 권고합니다.

교구 차원에서도 그동안 모여진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고 시노달리타스를 계속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에 “의정부교구 시노달리타스 위원회”를 새롭게 출범하겠습니다. 이 위원회는 본당, 지구, 교구 차원에서 시노달리타스가 우리 교회 삶과 사명의 본질이 되도록 도움을 주는 동반자 역할을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의정부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 깊이 품은 나자렛의 작은 소녀는 훗날 교회의 가장 뛰어난 모범이 되었습니다. 경청하고 마음에 새긴 후 나온 응답에는 짧지만 강렬한 힘이 있었고, 이로써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다리가 놓이게 되었습니다. 마리아께서는 오늘 하늘의 오르심을 통해 그 다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십니다.

하느님 나라를 향한 나그넷길에서 ‘바다의 별’로 빛나시는 성모님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안내자가 되십니다. 여러분 모두, 그분의 모습을 닮아 주님의 말씀과 그 뜻을 깊이 품고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더 나아가, 공동체 차원에서 시노달리타스를 살아가는 의정부교구 공동체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성모님을 하늘로 불러주신 예수님께 찬미와 흠숭을 드리며, 여러분과 가정에 주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2022년 성모 승천 대축일

+ 이기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