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계획서

사목지침서(2020년_의정부교구)

등록일
202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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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19-043 [첨부1] 2020년 사목지침서 (1).pdf

“본당은 그 지역에 사는 교회의 현존이며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리스도인 생활이 성장하는 곳입니다.”(복음의 기쁨 28항)

 

1. 2019년은 유독 어려움이 많은 한 해였습니다. 훈풍을 기대했던 남북 관계는 북미 정상 간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지금까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판결로 경색되기 시작한 한일 관계는 아베 정부의 경제 제재로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여러 요인에 따른 심각한 경제 문제에 더하여 검찰 개혁을 둘러싼 의견 대립으로 우리 사회가 큰 갈등과 불안을 겪기도 했습니다.

세상이 급변하고 살림살이가 힘들어질수록 하느님이 주시는 ‘복음의 기쁨’을 이 사회에 전하여 줄 사명을 지닌 우리 교회의 역할은 더욱 절실해집니다. 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읽고 그에 맞갖은 응답의 길을 끊임없이 찾아야 하며, 본당은 우리 지역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육화된 교회로서 목마른 이들이 목을 축일 수 있는 지성소가 되어야 합니다.

 

2. 최근 보편교회 차원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호의적인 동의를 얻어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의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이 발행되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공동합의성(synodality)’은 교회의 본질(구성적 요소)로서, 하느님의 백성이 교회의 삶과 사명에 관련되어 함께 참여하고 걸어가는 여정(3,7항 참조)을 의미합니다. 그러기에 “하느님께서 제삼천년기의 교회에 바라시는 것”(1항)으로서 공동합의성이 “교회의 일상적인 생활 방식과 작용 방식 안에서 표현”(70항)되게 하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교구도 올해 보편교회와 발맞추어 사제연수를 비롯해 교구에서 주관하는 각종 교육기회를 통해 공동합의성의 충만한 의미와 이를 교회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나갈 것입니다. 때마침 지난해 우리 교구에서는 “평신도사도직협의회(평협)”가 발족되었습니다. 축하와 더불어 ‘공동합의성’을 이루어 나가는데 큰 힘이 되어주리라 기대합니다. 우리 사제들께는 신자들과의 기꺼운 소통과 협력을, 신자 여러분께는 사제들에 대한 변함없는 존경과 협력, 그리고 특별히 기도를 당부드립니다. 우리 교구가 상호 존중과 배려, 기도와 협력을 통해 하느님 보시기에 더욱 좋은 교회로 성숙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3. 당신께 바라는 이들에게 새 힘을 주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새해를 시작합시다. 우리 교구는 올해도 제가 교구설립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중장기 사목서한 『착한 목자』에서 제시한 사목 비전을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소공동체, 청소년 사목, 사회사목에 대한 우선적 관심은 여전히 중요한 사목 방향이자 과제입니다. 이에 모든 본당에서도 이 방향을 지속하고, 그에 따른 사목계획도 수립해주시길 바랍니다.

다만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 안에서 사목적으로 새로운 응답이 요청되는 측면이 있기에, 저는 이를 찾기 위해 사목교서를 만들기에 앞서 지구사제모임을 통해 사제들의 지혜를 청했고, 교구 사목평의회의 의견도 물었습니다. 사제들과 사목평의회의 의견을 참고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기본 사목방향 외에 2019년도 사목교서에서 제시한 네 가지 사목 분야(노인, 환경, 난민과 이주민, 민족화해) 가운데 2020년에 더욱 강조해야 할 내용으로 첫째가는 우선순위를 차지한 것은 ‘노인사목’이었습니다. 저 역시 2018년 말 사목연구소에 고령 신자들이 급속하게 늘어나는 현상이 중장기적으로 사목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하여 연구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교구 사목평의회를 통해 고령 신자들이 본당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의견을 수렴하였습니다. 그 결과, 고령 인구 증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고, 그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청년층의 혼인 기피, 저출산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그에 따라 고령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더 높아지리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교회는 사회보다 더 빠르게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였습니다.

     교회 안에서 고령 신자의 증가는 매일 미사 참여 증가, 고령자들이 할 수 있는 봉사 활동의 확대, 노년의 성숙된 신앙과 지혜를 젊은 세대에게 전수하는 등 긍정적인 면모들을 적지 않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교구에서는 후속 대책으로 선교사목국 산하 노인사목부에서 ‘노인사목연구회’를 조직하여 중장기적인 노인사목 대책을 수립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선 요청되는 시급한 노인 사목 과제들을 이행해나가기로 하였습니다. 특히 우리 교구 관내에 노인 요양시설이 크게 늘고 있는데, 이 시설에 있는 고령 신자들에게 사목적 배려를 강화해나가기로 하였습니다.

 

    2) 청소년, 청년 사목을 더욱 모색해 나가자는 의견도 크게 두드러졌습니다. 사제단과 사목평의회 모두 고령화 시대라고 해서 사목이 노인을 중심으로만 펼쳐져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지적해 주었습니다. 교회의 고령화를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노인사목만큼 중요한 것이 청소년사목이라는 것입니다.

    고령 신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수명 연장의 자연스러운 결과이니 문제라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청년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거나 그나마 잘 나오던 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힘들고 방법을 찾기도 쉽지 않지만 청소년·청년 사목을 계속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소년·청년을 교회의 미래로 바라본다면 이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배려하고 또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먼 미래를 내다보면 신자 가정 안에서 신앙을 전수하고, 이렇게 전수된 신앙을 본당 전체가 강화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본당 전체가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모든 신자가 청소년·청년 사목에 함께 해주길 바랍니다.

 

     
3) 점점 관심을 더 가져야 할 분야가 사회사목입니다. 사회사목은 소공동체와 신앙의 열매가 맺어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돌봄을 비롯해 최근 기후 변화로 피폐해져 가는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환경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더욱 강조되어야 합니다. 환경은 미래 세대로 이어지는 우리 모두의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주민 사목, 특히 가난한 이들 중에 더 가난한 난민에 대한 돌봄은 참 신앙인이 가져야 할 의무입니다. 이를 위해 생태환경과 난민사목은 교육을 통한 연대, 연대를 통한 실천이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더불어 민족의 화해와 일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밤 9시에 드리는 기도 역시 꾸준히 지속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4.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사회, 교회의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각자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사제,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 동반자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보냅니다. 여러분의 작은 노력들이 모여 하느님 나라가 이 땅에 실현되고 있습니다. 이제껏 잘 해왔지만 올해도 교구민 전체가 교회 생활과 각자의 삶 안에서 ‘공동합의성’을 실천하며, 하느님 나라 건설에 협력해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교구민 모두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빌어 드립니다.

 

2019년 대림 제1주일

천주교의정부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