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계획서
사목지침서(2021년 _ 의정부교구)
- 등록일
- 202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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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사목지침서 (1).pdf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환난을 겪을 때마다 위로해 주시어,
우리도 그분에게서 받은 위로로, 온갖 환난을 겪는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게 하십니다.”(2코린 1,4)
1. 머리말
지난해에는 한국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 감염증의 확산으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어려움을 경험하였습니다. 세계적으로 4천만 명이 넘는 확진자와 11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2020년 10월 20일 현재) 발생하는 팬데믹의 상황 속에서, 국경이 폐쇄되기도 하고 도시 안에서의 이동이 통제되기도 하였으며,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우리 삶의 반경이 좁아졌을 뿐 아니라 우리의 몸과 마음도 움츠러들어, 우리 삶의 모든 분야인 사회, 경제, 교육, 이웃 관계와 서민들의 생업에도 큰 지장을 초래하였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의 삶이 어려워졌지만, 특히 사회적 약자들의 삶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주님의 위로를 전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중심으로 하는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교회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초기에 코로나19에 대한 정보와 방역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때에 특정 종파를 통한 확산이 일어남에 따라 교회가 감염병 확산의 온상처럼 인식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한국 천주교회는 교구별로 신속하게 미사 중단을 결정하였고 이에 따른 상실감과 혼란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우리 자신과 사회를 위한 사랑의 실천이자 희생으로 여겨 교회에 대한 신뢰와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미사와 다른 성사들, 그리고 각종 교육과 모임을 못 하는 상황이 장기화함에 따라 신앙생활이 어려워지고, 아쉽지만 그 대안으로 교회 TV 방송이나 온라인 미사, 온라인 강의 및 모임 등이 활용되었습니다. 미사가 재개된 후에는 본당의 신부님들과 봉사자들, 그리고 모든 신자들의 협조와 철저한 방역 실천을 통해 미사를 통한 감염이 전혀 없도록 유지하는 성과를 내어, 안전한 성사생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신자들에 따라서는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거나 가족들의 만류 때문에, 또 때로는 방송 또는 온라인 미사에 익숙해져서 가장 풍요로운 은총을 만날 수 있는 성당에서의 전례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회는 그 모든 분들이 성찬례와 성사생활의 은총과 기쁨을 기억하고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교회는 위태롭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감염의 장기화와 2차 대유행을 충분히 경계하고 이후에도 또 다른 전염병이 다시 확산될 가능성도 예측하면서 이를 대비한 사목적인 역량을 키우고, 특히 영적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사목적 배려를 마련하는 데에도 힘써야 하겠습니다.
사목교서를 작성하기 위해, 현장에서 코로나19를 체험하고 대응한 신부님들의 의견을 ‘지구사제모임’을 통해 들었으며 평신도와 수도자들의 의견을 모으는 ‘사목평의회’의 의견도 들었습니다.
신부님들의 의견 중에는 코로나19에 대한 사목적 대응에 관련된 내용이 많았고, 60% 이상의 신부님들이 2021년 사목교서의 중점사항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사목적 대응이 포함되기를 원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로 변화된 신앙생활 속에서 신학적 성찰을 통한 위로와 비대면 시대에 적합한 신앙 활동에 대한 방안 마련, 가정 안에서의 신앙교육과 비대면 청소년사목 등에 대한 의견 등이 있었습니다.
2.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교회의 예언자적 소명을 실천합시다.
올해는 50일이 넘도록 큰비가 내렸습니다. 엄청난 양의 물질적 손실과 정신적 피해는 수재민들에게 많은 고통이 되었고, 농부들이 심은 작물들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더욱 심각해진 경제위기와 실업난으로 가장 상처받기 쉬운 사회적 약자들, 인종차별로 인한 희생자들, 이주민과 난민들,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들, 비대면 속에 대면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노동자들 그리고 노약자들, 이들 모두의 어깨에 힘겨운 멍에가 놓여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교회가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물질적 도움은 물론,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도 함께 해주어야 하겠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용기와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구원을 지향하는 신앙공동체가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3. 성찬례(미사)와 성사생활의 기쁨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합시다.
비록 위급한 상황을 살아왔던 한해였지만, 성당에 마음 놓고 드나들 수 없고,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주일미사에도 참여하지 못했던 경험은 신자들에게 대단히 큰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하느님이야말로 이 세상을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시는 유일한 분이시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성찬례와 성사의 힘으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십자가의 희생 제사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식탁에 모여, 천상 양식 안에 몸과 피, 영혼과 신성으로 현존하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받아 모시어, 이 지상 순례의 기쁨과 어려움 중에 힘을 얻습니다.’(교황청 경신성사성 서신, 「기쁘게 성찬례로 돌아갑시다」)
교회의 성사와 전례를 담당하는 교황청 ‘경신성사성’에서는 주일미사나 전례에 대한 새로운 마음을 일깨우기 위해 “기쁘게 성찬례로 돌아갑시다”라는 서한을 발표했습니다. 그 서한에서 “상황이 가능해진다면, 서둘러 정상적인 그리스도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하며 새삼 전례는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전레헌장 10항)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주님과의 직접적인 만남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사목자들은 바이러스의 확산으로부터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원칙을 준수하면서, 신자들을 다시 ‘성찬례’에 초대해 힘을 북돋아 주어야 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그동안 할 수 없었던 예비자교리나 견진교리와 혼인교리뿐 아니라, 고해성사나 첫영성체를 비롯한 각종 성사생활을 멈추지 않도록 사목자들이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 실행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여야겠습니다.
4. 공동합의성의 정신을 구현하는 사목
2020년 교구 사제단은 공동합의성을 주제로 연수를 하였습니다. 교회는 하나의 합창단처럼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려고 부름받은 회중이며, 모든 것을 지니고 있는 조화로운 실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공동합의성은 하느님 백성 전체가 교회의 삶과 사명에 관련되고 참여하는 것을 일컫기에 교회의 생활방식과 활동방식의 고유한 특성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공동합의성을 주제로 하는 연수는 배움의 시간임과 동시에 사제들이 사목 현장에서 공동합의성을 구현하겠다는 다짐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 살아야 하는 교회이기에,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함께 나누어져 좋은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공동합의성이 사목의 현장에서 구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5. ‘찬미받으소서’의 통합적 생태 영성을 사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확인
2020년은 모든 이의 삶에서 기후위기를 속속들이 체험하는 한 해였습니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현대의 생산과 소비, 폐기 문명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기에, 코로나 19와 기후위기의 경고는 우리에게 ‘삶의 방식의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생태환경과 기후 문제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생명과 관계된 것이기에 중요성과 더불어 긴급성도 함께 요청하는 문제입니다.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에서 2020년 5월부터 2021년 5월까지 한해를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로 선포하고, 2022부터는 ‘찬미받으소서’가 제시하는 통합 생태론의 정신에 따라 온전히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7년 여정을 통해 ‘찬미받으소서’ 행동 플랫폼(7개 영역과 7가지 목표 : 사목을 돕기 위한 구체적 제언 ‘사회사목국’ 참조)을 출범하자고 요청하였습니다. 이에 발맞춰 저희 교구도 ‘찬미받으소서’ 행동 플랫폼에 대한 7년 여정의 작은 발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본당과 가정에서도 ‘생태적 회심’을 통해 즐거운 마음으로 ‘모든 피조물을 위한 은총의 희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6. 나는 천주교 신자임을 증거하는 해
한국천주교회는 2021년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으로 지내게 됩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모진 박해를 겪는 신자들에게 용기를 내어 육체적인 고통을 이겨내고 순교의 영광을 누리자고 옥중에서도 서신을 보내어 격려해 주셨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스무 번째 옥중편지에서,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라고 묻는 관장의 질문에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라고 용감히 대답하셨습니다. 죽음의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천주교 신자임을 용감하게 고백하신 김대건 신부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이 땅에서, 우리 각자가 짊어지고 있는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신자임’을 증거하도록 초대하셨습니다.
가공할 무기를 서로에게 들이대고 있는 비극적 분단의 상황, 전지구적 생태계 파괴와 재앙과 같은 기후변화, 생명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현대세계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낼 커다란 사명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이 땅과 하늘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고 모든 생명체들을 더욱 번성케 하여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투신하는 내가 바로 천주교 신자요!”라고 당당히 세상에 외칠 수 있어야겠습니다.
2020년 대림 제1주일에
천주교의정부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