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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55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 등록일
- 20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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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55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2022년 1월 1일)
세대 간 대화, 교육, 노동: 항구한 평화 건설을 위한 도구
1.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 위에 서서 평화를 선포하는 이의 저 발!”(이사 52,7)
이사야 예언자의 이 말은 위로에 관한 말입니다. 이 말은 내쫓긴 이들, 폭력과 억압에 지친 이들, 치욕과 죽음에 노출된 이들의 안도의 한숨을 나타냅니다. 바룩 예언자는 의아해하였습니다. “이스라엘아! 어찌하여, 네가 어찌하여 원수들의 땅에서 살며 남의 나라에서 늙어 가느냐? 네가 어찌하여 죽은 자들과 함께 더럽혀지고 저승으로 가는 자들과 함께 헤아려지게 되었느냐?”(바룩 3,10-11)
성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 통합적 발전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신 평화의 길은 오늘날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의 실제 삶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오늘날 전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는 인류 가족에게서도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국가들 간의 건설적 대화를 이루고자 하는 수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귀청이 터질 듯한 전쟁과 분쟁의 굉음들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을 일으키는 질병들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의 영향은 날로 심각해지고, 기아와 물 부족으로 빚어지는 비극들이 늘어나며, 나눔의 연대가 아니라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 모델들이 계속해서 득세하고 있습니다. 오래전 예언자 시대에서처럼 지금 우리 시대에서도 정의와 평화를 탄원하는 가난한 이의 부르짖음과 지구의 부르짖음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모든 시대에 평화는 높은 데서 내려오는 선물이며 함께 하는 노력의 결실입니다. 사실 우리는, 사회의 다양한 제도들이 기여하는 평화의 “건축”과 우리가 저마다 직접 참여하는 평화의 “예술”을 말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이는 더욱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하기 위하여 함께 일할 수 있으며, 이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가정 안에서의 관계에서 시작하여 사회와 환경과의 관계로 이어지며 결국 모든 민족과 국가 간의 관계로 이어집니다.
여기에서 저는 항구한 평화 건설을 위한 세 가지 길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길은 세대 간 대화로, 이는 공동 계획을 실현하는 기초가 됩니다. 두 번째 길은 교육으로, 이는 자유, 책임, 발전의 한 요인입니다. 마지막 길은 노동으로, 이는 인간 존엄을 온전히 실현하는 수단입니다. 이 세 가지 길은 “사회 규약이 생겨날 수 있게 하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이며, 이러한 요소들이 없다면 평화를 위한 모든 계획은 공허한 것이 됩니다.
2. 평화 건설을 위한 세대 간 대화
막대한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는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여전히 장악하고 있는 세상에서, “어떤 사람들은 현실에서 도피하여 그들만의 작은 세상 속으로 숨어 버리려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파괴적인 폭력으로 현실에 맞서 싸우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기적인 무관심과 폭력적인 저항, 이 둘 사이에는 언제나 가능한 선택지가 있습니다. 바로 대화입니다. 세대 간 대화’”입니다.
올바르고 긍정적으로 견해를 나누는 데에 더하여 모든 솔직한 대화는 대화를 나누는 이들 간의 기본적인 신뢰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상호 신뢰를 다시 쌓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현재 보건 위기 상황은 우리의 고립감을 심화시켰고 자기중심적 경향을 짙어지게 하였습니다. 노인들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처럼 젊은이들도 무력감을 느끼며 미래에 대한 공동의 전망이 결여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이 위기는 참으로 가슴 아팠지만 반면에 사람들의 가장 좋은 점들도 끌어내었습니다. 사실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성행하는 동안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자비, 나눔, 연대를 실천하는 마음 따뜻한 이들을 만났습니다.
대화는 서로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서로 다른 관점들을 공유하며 합의를 이루고 함께 걸어가도록 합니다. 세대 간의 이러한 대화를 촉진하는 데에는, 항구하고 함께 나누는 평화의 씨앗을 뿌릴 수 있도록 갈등과 무관심이라는 딱딱하게 굳어 척박해진 땅을 갈아엎는 일이 필요합니다.
기술과 경제 발전으로 세대 차이가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현재의 위기는 세대 간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의 지혜와 경험이 필요하고, 나이가 더 많은 이들은 젊은이들의 지원, 사랑, 창의력, 활력이 필요합니다.
커다란 사회적 도전들에 대처하고 평화를 이루는 과정에는, 기억의 지킴이들인 노인들과 역사를 이끌어 가는 이들인 젊은이들 간의 대화가 반드시 요구됩니다. 모든 이가 저마다 다른 이들을 위한 자리를 기꺼이 만들어야 하고, 과거와 미래가 없는 듯 자신의 현재 이익만을 추구하고자 모든 자리를 독점하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세계적 위기는 세대 간 만남과 대화가 건전한 정치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건전한 정치는 “미봉책이나 임시방편으로” 현재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공동의 지속 가능한 계획들을 추구하고자 다른 이를 위한 특별한 사랑의 형태로 드러납니다.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만약 우리가 이러한 세대 간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우리는 현재에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으며 거기에서 과거를 돌이켜 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습니다. 과거를 돌이켜 봄으로써 역사를 배우고 때로는 지금까지도 우리를 괴롭히는 오랜 상처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미래를 바라봄으로써 우리의 열정이 자라나고 꿈이 싹트며 예언들이 깨어나고 희망이 꽃피게 됩니다. 함께하면, 우리는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습니다.” 뿌리가 없다면 어떻게 나무가 자라나 열매를 맺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우리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대하여 생각하여야만 합니다. 사실 환경은 “각 세대가 빌려 쓰는 것으로 다음 세대에 넘겨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더 정의로운 세상, 곧 우리가 관리하도록 맡겨진 피조물 보호에 신중한 세상을 위하여 일하는 모든 젊은이를 존중하고 격려하여야 합니다. 젊은이들은 시급하게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상황 앞에서 부단하게, 열정적으로 무엇보다도 책임감을 가지고 이러한 일을 시작합니다. 이 방향 전환은 현재의 윤리적 사회환경적 위기로 야기되는 어려움 때문에 요구됩니다.
한편, 평화의 길을 함께 만들어 가는 시기에 세대 간 대화의 특별한 상황과 맥락인 교육과 노동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교육은 세대 간 대화를 위한 방식을 알려주고, 노동의 경험은 여러 세대의 모든 이가 협력하고 공동선을 위하여 전문성과 경험과 기술을 공유할 수 있게 합니다.
3. 평화의 추진력인 가르침과 교육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교육과 훈련에 대한 투자가 크게 축소되었습니다. 교육과 훈련이 투자라기보다 소모되는 비용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육과 훈련은 통합적 인간 발전을 촉진하는 데에 으뜸 수단이고, 개개인이 더 큰 자유와 책임을 갖도록 하며, 평화를 지키고 증진하는 데에 필수적인 것입니다. 한마디로, 가르침과 교육은 희망, 번영, 진보를 이루는 가능성을 지닌 결속력 있는 시민 사회의 근간입니다.
반면에 군사비용은 냉전 시대 막바지에 들어간 비용을 넘어서는 정도로 늘어났고, 이 비용이 과도하게 증가하였다는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정부들이 교육과 무기에 사용되는 공공 기금의 비율을 역전시킬 경제 정책들을 개발할 때입니다. 국제적 군비 축소의 참된 길을 추구하는 것은 보건, 교육 시설, 기반 시설, 땅에 대한 돌봄 등을 위하여 경제적 자원을 더욱 잘 이용할 때에 민족들과 국가들의 발전을 위하여 이롭다는 것이 증명될 수 있습니다.
저는 교육에 대한 투자에 돌봄의 문화를 촉진하려는 더 큰 노력이 따르기를 바랍니다. 이 문화는 사회 분업과 무심한 제도들을 마주하여 벽을 부수고 다리를 놓는 데에 제 몫을 하는 공동의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국가는 그 다양한 문화적 풍요로움이 서로 건설적으로 대화할 때 성장합니다. 여기에는 대중문화, 대학 문화, 청년 문화, 예술 문화, 기술 문화, 경제 문화, 가정 문화, 매체 문화 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은 “미래 세대를 위한, 그리고 미래 세대와 함께하는 교육에 관한 글로벌 콤팩트, 곧 성숙한 인간의 훈련을 위한 가정, 공동체, 학교, 대학교, 기관, 종교, 정부, 온 인류 가족에 헌신하는 교육에 관한 글로벌 콤팩트를 통하여” 구축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콤팩트는 평화의 문화적 모범, 형제애를 중심으로 한 발전과 지속 가능성, 인간과 환경 사이의 계약에 따른 통합 생태론에 대한 교육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의 교육과 훈련에 투자함으로써, 우리는 양성에 집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그들이 노동 시장에서 자신에게 알맞은 자리를 찾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4. 평화를 건설하는 노동 창출과 보장
노동은 평화를 건설하고 지키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입니다. 노동은 우리 자신과 우리가 받은 은총뿐만 아니라 우리의 헌신,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 다른 이들과의 협동을 드러내며, 이는 우리가 다른 이들과 함께 또는 다른 이들을 위하여 언제나 일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명백한 사회적 관점에서 보듯이, 일터에서 우리는 더욱 살기 좋은 아름다운 세상을 향하여 헌신하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세계적 유행은 노동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미 수많은 어려움을 야기하였습니다. 수많은 경제 활동과 생산 활동이 무너졌고, 단기 노동자들이 점점 취약해졌으며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이들의 공적 정치적 입지가 낮아졌고, 또 많은 경우 원격 수업으로 배움의 결손과 학업 과정 이수의 지체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리고 취업 시장에 뛰어든 젊은이들과 최근 실직한 어른들의 앞길은 현재 막막합니다.
주로 이주 노동자가 종사하는 비공식 경제에 이 위기가 끼친 영향은 특히 파괴적이었습니다. 심지어 수많은 이주 노동자들은 마치 존재하지도 않는 양 국내법의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이주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은 온갖 형태의 노예살이의 먹잇감이 되어 그들을 보호해 줄 복지 시스템이 전무한 채로 고도로 위태로운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노동 인구의 삼분의 일만이 사회 보호 시스템을 누리거나 그러한 시스템의 혜택을 제한적으로만 받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폭력과 조직범죄가 증가하여,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침해하고 경제를 망치며 공동선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유일한 해답은 품위 있는 고용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뿐입니다.
실제로 노동은 모든 공동체에서 정의와 연대를 이룩하는 토대입니다. 그러한 까닭에, 우리는 “인간의 노동을 점진적인 기술 발전으로 대체하려” 하는 데에 목표를 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한다면 “인류에게 해악을 끼칠 것입니다. 노동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노동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의미에 속하며, 성장과 인간 발전과 개인적 성취의 길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노력을 한데 모아, 노동 연령에 있는 모든 이가 노동을 통하여 자기 가족의 삶과 사회 전체에 이바지할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해결책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일은 세계 전역에서 공동선과 피조물 보호를 지향하는, 온당하고 품위 있는 노동 조건을 증진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진취성에 자유를 보장하고 지원하여야 합니다. 동시에 새로운 사회적 책임 의식을 장려하는 노력을 기울여, 이윤이 유일한 판단 기준이 되지 않게 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도적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소비자들과 시민 사회와 기업체들의 인식을 높이면서,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기본 인권을 존중하도록 모든 차원에서 촉구하는 계획들을 증진하고 환영하며 지원하여야 합니다. 기업체들이 고유한 사회적 역할을 더욱 깊이 인식하면 할수록 더욱더 인간 존엄이 존중받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평화 건설에 한 몫을 다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정치는 경제적 자유와 사회 정의 사이에 공정한 균형을 북돋움으로써 능동적 역할을 하도록 부름받습니다. 가톨릭 일꾼들과 기업가들을 비롯하여 이러한 영역에서 일하는 모든 이는 교회의 사회 교리에서 분명한 지침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에서 벗어나려고 우리 노력을 한데 모으고자 애쓰는 이때에 저는 아량과 책임감을 지니고 교육, 안전, 권리 보호의 분야에서, 또 의술을 베푸는 데에서, 병자와 그 가족이 만나도록 힘쓰는 데에서, 궁핍한 이들과 실직자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베푸는 데에서 쉼 없이 일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는 기도 안에서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늘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부 지도자들과 정치적 사회적 책임을 맡은 모든 이, 사목자들과 교회 공동체의 협력자들, 그리고 선의의 모든 사람에게 저는 호소합니다. 세대 간 대화, 교육, 노동의 길을 용감하게 창의적으로 우리 함께 걸어갑시다. 더욱더 많은 사람이 묵묵히 겸손과 용기로 날마다 평화의 장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평화의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강복으로 그들이 언제나 영감을 얻고 그 안에서 살아가기를 빕니다!
바티칸에서
2021년 12월 8일
프란치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