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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 기념 한국 천주교 주교단 기후 위기 성명서
- 등록일
-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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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 기념 한국 천주교 주교단 기후 위기 성명서
<기후 위기, 지금 당장 나서야 합니다>
“누이이며 어머니 같은 지구 생태계가 울부짖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찍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교회도 일 년 가운데 가장 거룩하고 중요한 부활절 전례 거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번 사태의 원인과 경로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우연한 출현이 아니라,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과 개발 위주의 성장 정책이 빚어낸 부산물임을 공감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삼림 파괴와 동식물의 멸종이 인간 세계와 먼 거리에 있던 바이러스들을 숲 밖으로 불러냈고, 고속화된 교통과 유통망은 이들을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시켰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많은 이들을 고통과 죽음으로 몰아넣었으며, 각국의 국경 폐쇄와 물류 차단으로 발생하는 경제 위기는 지금 전 세계적인 불황을 예감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종전의 개발과 성장 일변도의 경제 정책을 계속 이어간다면, 많은 과학자가 예측하고 경고하는 더 큰 재난 상황을 맞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기후 위기’입니다. 기후 변화로 빚어질 재난은 자연계 전체에 엄청난 혼돈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바이러스의 창궐을 가져올 것입니다. 기후 변화는 이미 생태계 곳곳에 심각한 재난의 표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특별보고서(2018년)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1.5℃ 아래로 막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 재난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구 평균 기온은 이미 1℃ 상승하였고, 현재 추세라면 2030년에는 상승 한계치에 도달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에 따른 대가는 혹독할 것입니다. 국제 연합(UN) 보고서는 심각한 물 부족, 폭염, 경작지 감소, 식량 위기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가장 먼저 사회적 약자들이, 이어서 인류 전체가 파국을 맞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인류는 이 세상의 주인 행세를 하며 무책임하게 피조물들을 약탈하였고, 그 결과 ‘공동의 집’인 지구 생태계가 심각한 오염과 질병, 기후 위기에 봉착하여 울부짖고 있습니다. 지구는 우리가 만들어 낸 우리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우리는 다른 피조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그들을 지키고 보호할 소임을 받은 관리인입니다. 우리는 지구 생태계 안에서 함께 공존하는 가족 구성원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과 자연을 거슬러 저지른 죄를 뉘우치고 속죄하는 생태적 회개로 나아가야 합니다. 무절제하게 개발하고, 생산하고, 소비하고, 버리는 생활 양식을 이제는 바꾸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시작해야 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하느님 창조 사업의 협력자로 부름을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시민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를 향하여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첫째, 그리스도인들에게 호소합니다.
지구 생태계 위기에는 사회적 사랑으로 대처합시다. 근검절약과 희생을 통한 사랑의 실천으로 생활 양식의 전환에 적극적으로 동참합시다.
둘째, 선의의 모든 시민에게 호소합니다.
생태적 삶의 방식을 채택하고,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십시오.
셋째,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정부와 담당자들에게 호소합니다.
- 이미 수많은 국가가 기후 위기 비상 사태 선포에 참여하였습니다. 우리 정부도 기후 위기의 진실을 인정하고 비상 사태를 선포하십시오.
- 실효성 있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수립하고, 석탄 화력 발전소의 과감한 감축,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농·축산업의 변화를 위한 획기적인 정책을 수립, 시행하십시오.
- 기후 위기에 맞설 범국가 기구를 설치하십시오.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들과 이 사회의 선한 이웃들이 ‘한 사람의 의인’이 되어 생명의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받아들인다면, 세계는 지속 가능한 세상으로 전환하고 지구촌의 파국을 비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2020년 5월, 한국 천주교 주교단
‘찬미받으소서 주간’의 의미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주간’이란?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지난 2015년에 반포되었습니다. 교황님은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을 맞아 ‘찬미받으소서 주간’을 제정하시고, 생태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하고 급진적인 행동에 가톨릭교회 신자 모두가 참여하도록 초대하셨습니다.
“우리 후손들,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까? 저는 2020년 5월 16일부터 24일까지 ‘찬미받으소서 주간’에 참여하도록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는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관한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을 기념하는 국제적 행동입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인종과 종교를 초월하여 전 세계 사람들에게 생태 위기를 교육하고 행동하게 하는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생태 교육을 실시하고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실천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평균 기온은 높아졌으며, 수많은 동식물이 멸종되고, 가난한 이들의 고통은 더욱 커졌습니다.
교황님은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찬미받으소서 주간’을 정하시어, 생태 위기를 막기 위한 긴급한 행동을 전 세계에 요청하십니다.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버리는 생활방식을 지금 확실하게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이번 세기말에는 더 많은 자연재해와 환경재앙이 인간에게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 기념 주간은,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놀라운 행동들을 기념하고 되돌아보면서, 다시 한번 절실한 마음으로 우리 공동의 집을 돌보기 위한 행동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생태적 위기는 각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공동체의 연대를 통한 국제사회의 협력이 없으면 기후 위기는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찬미받으소서 주간’은 국제사회의 협력을 요구하기 이전에 먼저 우리 교회 스스로 통합적 생태 영성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다시 출발하는 의미를 지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