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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3주일 공지 및 강론(2020.9.6)
† 찬미예수님! 안녕하세요? 지난 한 주 잘 보내셨는지요?
벌써 9월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입니다.
한국교회에서는 해마다 9월을 순교자성월로 지냅니다. 순교자성월은 죽음으로써 신앙을 증거하고 수호하신 한국의 순교 성인들을 특별히 공경하고, 그분들의 행적을 기리는 달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인인 우리는 신앙 선조들의 모범을 본받아 일상 속에서 순교의 정신을 실천하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특히 이번 한 달 동안, 나의 즐거움과 안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다소 수고스럽고 불편하더라도 이웃을 먼저 배려하고, 그들을 위해 조금 더 희생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교우 여러분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순교자성월에 관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은 매일미사 책 19쪽을 참조해주시고, 가톨릭 기도서 또는 매일미사 책 164쪽에 나와있는 ‘순교자 성월 기도문’도 매일 바쳐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전 세계 모든 신자들이 생태적 회개를 하고 생태계 회복을 위해 투신할 것을 요청하시면서, 인류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관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하셨습니다. 이어서 매년 9월 1일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내도록 제정하셨습니다.
요즘의 상황들을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 그리고 그 안에 사는 모든 피조물들이 너무나도 아파하고 고통받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는 등 일상 안에서의 작은 노력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매일미사 책 167쪽을 보시면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가 있고, 이어서 168쪽에 ‘그리스도인들이 피조물과 함께 드리는 기도’가 나와 있습니다. 함께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9월의 첫 번째 주일인 오늘은 연중 제23주일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가족과 친척, 친구와 이웃을 비롯해 학교나 직장, 교회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지내다 보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가 생깁니다.
만일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심한 모욕감이나 불쾌함을 느끼실 것입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큰 서운함이 들게 됩니다. 그리고 분노에 찬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아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나?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나에게 잘못한 그 사람을 점점 더 원망하고, 미워하게 됩니다. 그 순간, 내 마음 속에 큰 소용돌이가 일어납니다. ‘저 사람을 내가 먼저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는 마음, 그리고 ‘저 사람이 먼저 뉘우치고 진심으로 용서를 청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공존하면서, 나를 괴롭힙니다. 이성적 판단보다는 자꾸만 감정이 앞서게 되고, 그 사람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고 때로는 신앙인답지 않은 생각, 즉 복수심에 불타오르기도 합니다. 이것은 복음에 반대되는 일입니다. 또한, ‘내가 받은 만큼 앙갚음하겠다’는 생각은 끊임없이 주고받게 되는 복수로 이어지게 됩니다.
다시 질문드리겠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 그 해답을 우리에게 알려주십니다.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
용서와 화해는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용서와 화해로 나아가는 첫 걸음은 바로, 나 자신을 향한 용서, 그리고 나 자신과의 화해입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지금 나의 모습,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제 나의 시선을 상대방에게 향합니다. 그가 나에게 저지른 잘못이 무엇인지 사실 그대로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그 사람과 대화를 시도합니다. 대화에 앞서, 상대방을 향해 인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반드시 가져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올바른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서로 ‘니 탓이오’ 하면서 언성을 높여 싸우다가 등 돌리는 일이 벌어지고 말겠지요.
이제 내가 서운하게 여긴 것은 무엇인지, 어떤 이유로 내 마음에 큰 상처를 입게 되었는지를 털어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사람으로부터 어떤 연유에서 나에게 그런 행동을 하였는지를 들어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 사람에게 훈계나 질책이 아닌, 정말 그 사람을 위한 진심 어린 충고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나도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그 사람 역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미안한 마음이 들게 됩니다. 마침내, 서로의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다른 사람의 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방을 향해 먼저 손을 내밀어 화해를 청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 앞에서 한없이 부족한 존재입니다. 자꾸만 죄를 짓게 되는 나약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자녀들을 꾸짖으시거나 내치지 않으시고 감싸 안아주십니다. 우리도 이처럼 크신 하느님의 사랑에 보답하면서, 이웃 형제자매들을 사랑으로 대하는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의 격언이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 안에서, 우리는 동행이 필요합니다. 가족과 친구, 동료들은 우리에게 있어 참으로 소중한 동반자입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인인 우리가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함께 나아갈 때, 우리 앞에는 하늘나라의 참된 행복과 기쁨이 펼쳐져 있을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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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2주일 공지사항 및 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