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나무그늘] 묵주기도의 힘

등록일
202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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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묵주기도의 성월(聖月)입니다. 묵주기도는 형식이 단순하면서도 내용이 깊습니다. 우리는 이 기도에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등의 간단한 기도문을 반복해서 암송하면서 성모님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를 묵상합니다. 그리스도의 강생과 탄생(환희의 신비), 그분의 공생활(빛의 신비), 수난과 죽음(고통의 신비), 부활과 승천(영광의 신비) 등 성경이 전하는 그리스도의 구원 신비를 묵상하면서 이 신비에 우리 삶의 기쁨, 수고, 고통, 희망을 합치시킵니다.



묵주기도는 우리 순교자들도 즐겨 바치던 기도였습니다. 과거 우리나라 박해 시대에는 사제가 없거나 부족해서 신자들이 미사나 고해성사와 다른 성사를 받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과연 그들은 어디서 힘을 얻어서 감시와 핍박을 받으면서도 굳건히 신앙을 지키고 부지런히 이웃사랑을 실천하다가 순교까지 했을까요? 그 힘의 원천은 기도였습니다. 비록 사제 부족으로 성사의 은총을 거의 받지는 못했지만, 기도를 통해 필요한 은총을 풍성하게 받았던 것입니다. 그들은 부지런히 아침기도(조과)와 저녁기도(만과)를 바치고 자주 묵주기도(매괴신공)를 바쳤습니다.



오늘날도 묵주기도에서 영적인 힘을 얻는 신자들이 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우리 청년들이 묵주기도의 ‘맛’을 체험하면 좋겠습니다. 현대인은 새롭고 기발하고 재미있는데 마음이 쏠려있기에 같은 기도문을 반복하는 묵주기도에 흥미를 느끼기 어려울 것입니다. 묵주기도의 강점은 새롭고 기발한 것이 아니라 반복입니다. 그리고 반복에서 큰 힘이 나옵니다. 운동선수는 같은 운동을 계속 반복하는 훈련을 통해서 자신의 실력을 쌓아갑니다.



묵주기도는 같은 기도문을 반복함으로써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얻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같은 기도를 반복하다 보면 세상사에 대한 염려와 걱정, 타인에 대한 미움, 시기, 질투 등으로 어지러워진 마음이 차차 가라앉게 됩니다. 묵주기도는 그 어려운 ‘마음 다스리기’를 탁월하게 도와주기에 묵주기도의 위력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려서부터 학원에 다니면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기에 바쁩니다. 그러나 마음을 다스리는 일에는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지는 것도 바로 여기에 큰 원인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조금만 비위에 거슬려도 참지 못하고 발끈해서 험한 말을 퍼붓는다던가 사람과 세상의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집착하다시피 파고드는 것은 결국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탓일 것입니다.



10월에는 손에서 스마트 폰을 잠시 내려놓고 그 대신 묵주를 쥐고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의 구원 신비를 묵상하는 시간을 자주 갖읍시다. 그러면 들판에서 곡식이 여물고 과수원에서 과일이 익어 가듯이 우리의 마음은 물론 신앙도 여물고 익어 갈 것입니다. 묵주기도의 힘으로 우리 모두 알곡 같은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