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주님 부활 대축일 낮 미사 강론- 이학민 안드레아 신부

등록일
2020-04-12
조회
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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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어제, 우리 주 예수님의 부활을 맞이하여 성야 미사를 드렸습니다. 교우들의 빈자리를 느끼며 하는 미사는, 참으로 생소했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예수님의 부활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기에 가장 화려한 전례를 준비하는데, 그 전례를 함께 할 여러분이 없었습니다. 미사가 끝나면 교우 여러분들께 부활을 축하합니다.”라고 인사를 해야 하는데, 도통 그럴 자신이 없어 고개를 숙이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기쁘지 않은 예수님의 부활을 맞이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부활이 기쁘지 않을까?”

 

우리는 코로나 19’로 인해, 사순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을 기점으로, 교우 여러분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약 50여일을, 코로나 19로 인한 위협과 영적인 목마름 그리고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을 만날 수 없는 아픔이 있었고, 그래도 부활 전례는 함께 할 수 있다는 희망이, 희망 고문이 되어 더욱 우리를 힘들게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수난과 우리의 수난이 겹쳐졌고, 예수님의 부활을 기점으로 우리도 코로나의 위협에서 부활 할 수 있길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 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이,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셨지만 우리는 부활하지 못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부활을 기뻐해야 하는 것은, 코로나 19가 종식되어서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것, 그 사실때문에 기뻐하는 것입니다. 이 생각은 지난 사순시기를 지내면서, 예수님의 십자가의 수난을 묵상해야 하는데, 나의 어려움만을 묵상했다는 생각과 연결되면서, 예수님의 부활을 기뻐한다는 의미가,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부인 저 스스로 참 아픈 묵상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믿고 그 길을 함께 걷고자 한 저인데, 제 삶의 아픔을 토로하느라, 우리의 고통을 대신 짊어진 예수님의 수난의 길을 홀로 걸어가시게 내버려 두었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하셨을 때의 상황을 듣습니다. 요한 복음사가는 그 상황을 이렇게 전합니다.

 

사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달랐습니다. 부활한 예수님을 찾아 뛰어가는 사람들부터, 부활의 소식을 믿지 않는 사람들까지 제각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않고 그 상황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더라도,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셨습니다.

 

우리 교회는 코로나 19로 인해 죽어가는 생명들 앞에서, 이 소중한 부활 전례를 포기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생명을 살리는 선택을 하였습니다. 그것은 죽음을 이겨내고 새로운 생명으로 나아가는 진정한 의미의 예수님의 부활에 들어맞는, 성숙하고 용기 있는 결단이었습니다.

 

코로나 19로 고통 받는 이들과 슬퍼하는 모든 분들의 슬픔을 함께 합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의 부활을 기뻐합니다. 예수님께서 죽음에서 부활하신 것이, 우리를 고통 속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나아가게 하신 것이기에, 지금의 우리에게 예수님의 부활은 희망입니다.

 

미사 중에 부활이 왜 기쁘지 않을까?”라는 묵상에서 시작된 이 생각들은, 저를 또 다른 신앙으로 이끌게 하였습니다. 그 동안 형식 안에 갇혀진 신앙의 모습들이 벌거벗겨지며, 우리가 신앙을 가지고 해야 하는 선택들이 무엇인가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역시 제자들의 삶을 격변하게 합니다.

 

이 아픈 시국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부활의 기쁜 인사를 전합니다. 우리 함께 예수님의 고통에 아파하고, 우리들의 고통을 나누며, 그 안에서 예수님의 부활로 주어진 신앙의 힘을 믿고 선택해 나갑시다.

 

예수 부활하셨네. 알렐루야. 알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