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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나팔 64호 *불을 끄고 별을 보자.*
- 등록일
-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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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끄고 별을 보자
류달현 베드로 신부 /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평내성당 주임
저희 본당 생태환경분과에서는 매주 토요일 밤 21시부터 21시10분까지 집안의 모든 전기불을 끄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주모경을 바치며 어머니인 지구를 지키기 위해 생태적 삶을 살 것을 결심하는 ‘불을 끄고 별을 보자’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10분 정도 전기를 끈다는 것이 지구를 살리고 지키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 싶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10분 전기를 끄는 것을 넘어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생태적인 삶을 살 것을 결심하고 실천해내는 것이라면 개인적으로 본당 차원으로 의미있는 운동이라 생각되기에 저도 적극적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폭염을 겪으며 더욱더 생태적인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지난 9월19일은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추기 위한 시민들의 행진”인 기후정의행진이 있었습니다. 이 행진에 대해 신문에서는 이렇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기후정의행진에 앞서 천주교에서는 보신각 앞에서 강우일 주교의 주례와 사제단의 공동집전으로 거리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강우일 주교는 강론을 통해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을 인용하면서 “모든 피조물이 탄식하고 있습니다”라며 창조주께서 세상 만물을 창조하시고, “참 좋았다”라며 탄복하시며 “잘 보살피고 돌봐라”라고 하였지만, 인류는 창조주의 당부와는 정반대로 무책임하게 남용하고 약탈하며 뭇 생명체가 병들고 신음하며 울부짖고 있다고 탄식하였습니다. 강우일 주교는 “산업혁명 이후 250년 동안 소위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발달하면서 끊임없이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이산화탄소가 지구 전체를 뒤덮었고, 급속도로 온난화가 진전되었기 때문”에 모든 피조물이 탄식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우일 주교는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하게 늘어가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미국이 25퍼센트, 유럽연합이 22퍼센트. 중국이 12.7퍼센트, 러시아가 6퍼센트를 배출하고 있다고 적시하며, 과거 제국주의적 침탈에 앞장선 국가들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탄식했습니다. 특히 강우일 주교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인당 온실가스 연평균 배출량이 14.7톤이지만, 소득수준 하위 50퍼센트가 배출하는 량은 6.6톤에 불과하며 최상위 1퍼센트가 180톤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면서 사회 고소득층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를 비판하였습니다. 기후위기는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와도 깊은 관련이 깊습니다. 세계 인구 20퍼센트가 세계 자원의 80퍼센트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수의 부유층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강남대로를 가득 채운 시민들은 기후위기로 뜨거워진 아스팔트 위를 걸으면서 기후정의를 외쳤습니다.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선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이렇게 전하며 결론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바꾸지 않으면 기후정의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우리가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얼마전 엄청나게 많은 사상자를 낳은 네팔 히말라야의 대홍수 참사도 이런 불공평의 연장선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전 세계 탄소 배출 비중으로 치면 0.01%에 불과한 이 지역의 참사는 ‘빙하 붕괴’라는 양상 때문에 충격을 더욱 키웠습니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피해가 역설적으로 산업화에 뒤처진 나라들에 집중된다는 사실은 이미 수없이 입증됐습니다. 2022년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겼던 파키스탄 대홍수, 지독한 가뭄으로 수만 명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이 기아에 빠진 2023년 소말리아 대기근,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바다 밑으로 잠길 위기에 처한 투발루가 그렇습니다. 네팔 참사 이후 탄소 배출이 적었던 나라들에 닥친 비극에 대한 공론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등 탄소 다배출 국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논의가 자칫 동정으로 흘러 몇몇 피해국 지원책 마련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일련의 재해를 바라보면서 이 기후위기를 해결해야한다는 공감대는 확산되고 있으나 여전히 거대한 담론에서의 실천은 미약할 뿐입니다. 이런 때에 우리 각자의 작은 실천을 통해 공동의 집을 보존하기 위한 생태적 회심을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번 토요일은 우리도 한번 불을 끄고 별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글 - 평내성당 류달현 베드로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