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 강론

2021년 1월 8일 주님공현대축일 후 금요일

등록일
20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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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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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오늘 복음을 읽고 묵상하면서 문득 얼마 전, 부모님과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부모님과 친하신 분 중에 수녀님의 부모님이 계시는데, 코로나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성당을 나가지 않으셨는데, 그 이유가 수녀님 아버님께서 암 치료 후 회복을 하고 계시는데, 면역력이 낮기 때문에 어떤 일을 당할지 몰라서 성당을 나가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물론 성당에 너무나 나가고 싶고, 미사도 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나가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매일 미사를 드리시던 저의 부모님께서도 수녀님 부모님의 모습에 영향을 받아 성당을 나가지 않으시면서 주일에만 살짝 성체 모시러 나가신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아들 신부 앞에서 성당에 못나가는 것이 살짝 미안하셨는지 작은 고해를 하시는 듯 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잘 하고 계신다는 말씀을 드렸고 지금은 미안할 때가 아니라 잘 버틸 때니까 미안함을 등 뒤에 두시고 나중에 괜찮아지면 그때 기쁘게 성당 나가시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묵상 중에 이 일이 떠오른 이유는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말씀을 음미하면서 본당의 신부로서 이 상황이 우리 신자들의 믿음을 약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씻어주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신앙인들의 믿음을 회복시키실 수 있고 더 나아가 커 성장시키실 수 있는 분임을 제가 잊고 있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믿음의 회복과 성장이 꼭 성당에 나오는 것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저의 착각을 무너뜨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나병 환자를 치유해주신 뒤 사제에게 가서 확인을 받으라고 하셨듯이, 회복된 신앙과 성장한 믿음이 분명 성전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저도 잘 버텨내라고 말씀하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께도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은 하느님 앞으로 나오지 못한다는 죄송한 마음을 가질 때가 아니라 잘 버텨내는 때이니 하느님께 대한 죄송한 마음을 등 뒤로 내던지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험난한 시기가 주님을 향한 믿음의 때를 벗겨내어 더 순수한 믿음으로 주님께 나아갈 수 있는 시기가 될 수 있으니 너무 믿음의 무기력에 빠지지 않는 우리가 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 또한 사제로서의 제 신앙을 다시 점검하면서, 또한 우리 본당의 모든 분들을 기억하며 미사를 봉헌하면서, 이 험난한 시기 동안 순수한 신앙이 회복되고 성장할 수 있길 희망하며 힘차게 버텨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