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 강론

2021년 7월 16일 연중 제15주간 금요일

등록일
2021-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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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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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오늘 말씀을 읽을 때마다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신학생 때 수업이 생각납니다. 이 말씀이 자세히 알고 보면 굉장히 이상한 이야기이며, 예수님의 지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말씀이라는 교수 신부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율법을 자세히 알면 그렇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여러분들께서도 그러시겠지만 율법이라는 단어는 신앙인에게 너무나 익숙한 단어인데, 사실 정확히는 모르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십계명을 포함해서, 성경에 나오는 말씀으로 된 법 같긴 한데,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느낌만 듭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만 그렇게 잘 모르는 것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도 복잡해서 잘 모르는 것은 매한가지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잘 설명드릴 수 없지만 얄팍하게 알고 있는 것, 그리고 살짝 공부했던 것을 바탕으로 여러분들께 짧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율법은 크게 할라카하가다로 구분하는데, 가톨릭 대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할라카는)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서 지켜야 할 일상적 규범들을 소개하는 랍비 문헌, 또는 랍비들이 기록이나 구전된 율법을 유권적으로 해석하여 후대에 전수한 규범들과 결정들. 이처럼 할라카는 법적인 것과 상관없는 내용, 즉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가르침, 신학적 사고, 전설이나 민담, 삶의 지혜를 보여 주는 금언들, 기도, 역사적 자료들, 이스라엘과 성지에 관한 찬양들, 꿈에 대한 해석, 메시아 신앙과 기다림에 대한 표현들인 하가다와 구분되어, 유다인의 삶에 관련된 법을 통칭한다.“

 

할라카하가다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이고 법적인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께 할라카를 어겼다고 따지고 있는데 예수님께서는 하가다로 대답을 하신 것이었습니다. 법적인 잣대를 들이댔는데, 도덕적인 잣대로 대응하셨던 것이었습니다.

 

바리사이들 입장에서 보면 황당한 대응이었습니다. 법을 이야기하는데, 윤리로 대응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바리사이들에게는 어이가 없는 일이라 생각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예수님께서 진정으로 바라시는 것은 율법 조항 하나하나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마음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하시는 것 같습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라는 말씀처럼 규정에 따라 바쳐지는 희생 제물이 아니라 율법을 뛰어넘은 자비, 법 조문을 초월하는 사람을 향한 사랑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임을 드러내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 안에 법을 뛰어넘는 사랑을 심어주시어 그것으로 살아가길 바라시는 주님의 뜻을 따르는 다짐을 새롭게 하는 오늘이 되면 좋겠습니다.

 

규정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그 규정을 초월하는, 그리고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그 법을 뛰어넘는 자비와 사랑으로 주님께서 창조하신 우리의 본모습을 향하는 신앙인이 되시길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