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 강론

2021년 7월 23일 연중 제16주간 금요일

등록일
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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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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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오늘 복음은, 지난 수요일 복음에서 들었던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말씀을 당신의 제자들에게만 해설해주시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지난 수요일 강론에서도 살짝 언급했듯이, 이 말씀은 우리 자신을 성찰하도록 이끌어 주는 말씀이라고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으로 우리를 성찰한다는 것이 그저 한 번, 아주 가끔씩 이 말씀을 들을 때만 성찰하도록 이끄는 말씀이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주 거울을 바라보는 것처럼 이 말씀이라는 거울을 자주 바라보라고 말씀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유는 우리라는 땅이 아침 저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일 때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바로 아침에는 좋은 땅처럼 보이다가도, 낮이면 가시덤불과 비슷해지고, 저녁때면 돌밭과 같이 딱딱해져버리곤 하는 우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생각을 되할수록 점점 더 그렇다고 느껴집니다. 한동안은 좋은 땅처럼 말씀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함이 없고, 그 말씀 안에 담겨 있는 온갖 보화들이 우리를 풍성하게, 그리고 주변을 아름답게 만드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마음의 밭이 가시덤불과 같아지곤 합니다. 세상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삐딱한 시선이 계속 나를 감싸고, 재물에 대한 걱정과 유혹이 나를 휩쓸어버리면서, 말씀의 씨에게 줄 양분과 빛이 사라지곤 합니다.

 

그러다 어떤 때는 돌밭처럼 딱딱해지고, 갈라지는 나의 내면이 수많은 불신과 의심, 그리고 허무함과 냉대를 불러 일으키면서, 다가온 말씀의 씨를 외면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앞서 말씀드렸듯이,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우리의 내면이 어떠한지, 지금 나의 영혼이 어떤 모습인지를 살피도록 이끌고, 다시 좋은 땅의 모습으로, 곧 가시덤불을 뽑도록, 돌들을 골라내도록 도움을 주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좋은 땅이라고 해서 자만하지 않게 해줄 것이며, 열매를 맺고 있다고 해서 오만하지 않도록 이끌어줄 것이며, 겸손함을 잃지 않을 힘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므로 오늘 말씀이란 거울을 통해 우리 자신을 자주 성찰할 수 있는 우리 본당의 모든 분들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함께 미사를 봉헌하지 못하는 이 때, 돌밭이나 가시덤불 속과 같은 모습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는 말씀이라 느껴지기에, 이 말씀으로 우리 본당의 모든 분들께서 말씀의 씨앗을 잘 품는 좋은 땅이 되시길 여러분의 성전에서 여러분들을 생각하며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