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 강론
2020년 12월 25일 주님성탄대축일 낮미사
- 등록일
- 202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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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예수님께서 비천하지만 거룩하게 오신 이날, 평소 맞이하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맞이하게 되어 어쩌면 낯설고, 어쩌면 아쉽고, 어쩌면 죄송한 마음이 가득해집니다.
하지만 성탄과 함께 찾아온 복음 말씀의 두 구절이 저를, 그리고 우리를 위로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라는 구절과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라는 구절이 움츠려진, 그리고 굳어버릴 것 같은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온기를 품고 묵상 중인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우리의 생명 안에 그분의 생명이 함께 담겨 있고 그 생명 자체가 세상을 밝히는 빛이라고 우리에게 전해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곧 서로의 생명을 지켜주는 것, 서로의 생명을 위해 봉사하는 것, 서로의 생명을 키워주는 것 자체가 그리스도께 봉사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며, 지금의 거리두기가 그저 감염병을 막기 위한 수동적인 행동이 아니라 적극적인 봉사라고 말씀해주시는 것 같아 위안을 받게 됩니다.
또한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고, 어쩌면 지금도 오신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모습이 시작이라고, 곧 내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그 순간이 그분을 찾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우리의 등잔 밑과 같이 어두운 자리, 곧 가깝지만 시선이 닿지 않는 곳, 화려한 불빛에 가려 눈길이 닿지 못했던 곳이 너무나 많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그 순간, 보이지 않았던 곳이 보이고, 그곳으로 발길을 옮길 수 있는 용기가 솟아날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점점 코로나가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 더 몸은 움츠려지게 되고, 마음은 약간의 두려움에 더 흔들리게 되지만 잠시 멈춰 있는 이 시간이 움츠림과 두려움 때문에 강제적으로 멈춰져버린 시간이 아니라 우리 생명을 스스로 지키고 보호하며, 서로의 생명을 지켜주고, 보호하기 위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랑과 배려라는 것을 바라봅니다.
또한 여관의 뒷 편, 말이나 소들이 머무는 자리, 곧 사람들에게 소외받는 그곳에 주님께서 지금 오셨는데, 우리의 시선과 발길은 여전히 사람들이 요란하게 머물고 있는 자리를 그리워하고 있지만, 그곳으로 주님께서 오시지 않았다는 것을 오늘 우리에게 다시 전해주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불빛 아래에서 소란하게 머물던 때와는 다르게 멈춰 있는 이때가 주님께서 오시던 때와 많아 닮아 있기에, 어쩌면 오늘이 주님께서 나의 자리에, 우리 가족이 머물고 있는 자리에 조용히 내려오시는 날임을 바라보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이 주님의 새로운 빛이 내려오는 때이며, 우리 또한 새로운 빛을 품고 있는 소중한 존재이기에 우리의 빛을 잘 보존하고, 서로의 빛 또한 잘 보존하면서 일상을 찾게 될 때, 그 빛으로 활기를 찾고 세상에도 활기를 선물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길 희망해봅니다.
이 성탄, 홀로 미사를 드리지만, 이 외로운 시간이 더 거룩한 밤의 모습과 닮았다는 것에 위안을 받으며 이제 곧 목자들이 새로 난 아기를 찾아오듯, 우리 본당의 많은 신앙인들이 곧 제대이신 예수 그리스도 앞으로 다가올 희망을 품고 기쁘고 힘차게 미사를 봉헌하며,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