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 강론

2020년 12월 27일 예수,마리아,요셉의 성가정 축일

등록일
2020-12-27
조회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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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님

 

예수, 마리아, 요셉 성가정 축일을 기념하는 오늘, 복음을 읽고 묵상하면서 너무나 상투적인 표현이라고 느끼던 말씀 안에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갈릴레아에 있는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갔다.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그동안 이 말씀을 읽으면서 별 의미없는 말씀이라는 생각, 마치 옛날 동화 끝에 두 사람은 오래오래 사랑하며 살았습니다.“라고 적혀 있는 관용구같은 느낌이 들어 무심하게 읽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나자렛이라는 지명의 뜻과 함께 튼튼함과 지혜, 그리고 하느님의 총애가 함께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있고, 그것이 가정을 향해 의미를 던지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예수님께서 자라신 곳, ‘나자렛이라는 지명은 쏘다.‘라는 의미 혹은 , 가지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이 지명 안에서 마리아와 요셉 사이에서 머물던 삶이 싹이 움트는 시절, 그리고 화살을 쏘기 위해 줄을 힘껏 잡아당기는 시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싹이 움트도록 소중히 감싸주고, 화살이 힘껏 날아가도록 줄을 잡아당기는 역할을 마리아와 요셉 성인께서 해주신 것 같았습니다.

 

곧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으며 자랐던 예수님의 유년시절은 나자렛이라는 지명 안에서 이미 시작되었고, 그 나자렛이라는 곳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던 마리아와 요셉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보호하고 살리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고 느껴집니다.

 

그러면서 특별히 하느님의 총애를 어린 예수가 직접 느낄 수 있게 해주신 분들이라는 표현은 그 안에 마리아와 요셉 성인께서도 하느님의 총애를 아들 예수를 통해 체험하셨다는 것을 그 안에 담고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곧 서로가 서로에게 하느님의 총애를 선물하는 관계, 서로와 서로가 은총을 주고받는 사이였다는 것을 이러한 말씀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정이라는 곳은 서로가 서로를 살리고 보호하면서, 하느님의 총애를 선물하고 하느님의 은총을 나누는 자리라는 것을 오늘의 축일이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호하고 살리기 위해 관심과 인내가 필요하고, 하느님의 총애와 은총을 주고받기 위해 성실히 가족 서로가 다가가야 한다고 오늘 이 축일이, 그리고 말씀이 우리에게 조언을 주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2020년이라는 어쩌면 지루했고, 간혹 두려웠으며, 종종 답답했고, 자주 허무함을 느꼈으며 늘 사람이 그리웠던 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주일, 코로나로 인해 가족과 더 가까이 있게 되면서 가족의 소중함만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는 것이 주는 어려움도 조용하면서도 복잡하게 가족 안에 흐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때, 성가정 축일로 가족 안에 흐르는 복잡한 감정들 중 부정적인 감정을 덜어내고 긍정의 감정을 더 키우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서로 더 깊은 친교와 일치로 나아가자고 이날을 통해 전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남은 이 시간, 잘 버텨준 가족 서로에게 감사를 통해 하느님의 총애와 은총을 선물하면서 새로운 희망이 담겨 있는 2021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준비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한 해, 우리를, 그리고 우리 가족을 꽁꽁 묶고 있는 이 끈이 풀어지게 되면, 가족이 함께 행복하고, 기쁘게 나들이도 떠나고, 주님 곁으로도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길 희망합니다.

 

가정 교회라고 부르는 성가정 안에 하느님의 총애와 은총이 흐르게 될 때, 신앙인들이 모인 교회 공동체에도 그 총애와 은총이 함께 할 수 있기에, 매일 우리 본당의 모든 가정을 위해 축복의 기도를 봉헌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