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사순제 3주간 일요일 오늘의 묵상.

등록일
2020-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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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고 공포심을 몰고 온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소위 선진국이라 일컫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사회가 미세한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자랑하며 우주정복을 꿈꾸는 인류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대 혼란을 겪는 모습을 보며, 인간이 지닌 절대적인 한계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 모두는 하늘의 순리를 거스르는 바벨탑을 쌓아올리는 일에 매진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마치 세상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처럼 자만심에 둘러싸여 살아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상의 재물과 권력과 과학기술의 힘이 절대적인 가치인양 받아들이며 하늘의 뜻은 늘 삶의 뒷전에 두고 살아 왔음이 사실입니다.
  사순3주일인 오늘 복음에는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 사이에 주고받는 긴 대화가 등장합니다. 물을 매개로한 생활의 영역에서 살아가던 한 여인이 영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주님과의 대화를 통해 여인은 점점 깨닫게 됩니다. 우리 삶 안에 자리하고 있는 갈증은 세상을 통해서가 아니라 주님을 통해서 온전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사람만이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를 찾을 수 있고, 또 만나게 됩니다. 현재 우리 모두가 체험하고 있는 이 절박함은 인간의 나약함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 주는 또 다른 의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 약함 속에서 주님을 만날 수 있고, 그 주님과 함께 우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어둠의 자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봅니다. 마스크 대란 속에서 매점매석이 횡횡하고, 가짜 뉴스들이 판을 치며, 다른 이들의 고통과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둠의 유혹자들입니다. 그러나 이 어려움 속에서 이웃을 기억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빛의 자녀들이 있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살아 움직이시는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마주하는 하느님과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특별한 의미의 이 사순시기를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사순시기는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고통 죽음을 묵상하는 시기이지만, 거기에만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주님께서 왜 그 길을 가셨는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에 대한 크신 ‘사랑’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순시기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를 향한 주님의 크신 사랑을 기억하고, 그 사랑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의 나눔’을 통해 주님과의 기쁜 만남을 이루는 좋은 시간 되기를 바랍니다.

  이은형 디모테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