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상징들

민락동 본당 공동체는 교구장 주교님을 모시고 2023년 6월 24일에 성전 봉헌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그렇게 ‘성전 봉헌 미사’는 민락동 본당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과거의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성당이라는 건물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상징적 표현들은 과거일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그 상징들은 우리가 보는 순간마다 항상 현재입니다.

 

그래서 교우 여러분께 이 성전이 가지고 있는 상징들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이 성전 전체는 갈릴래아 호숫가의 어느 나지막한 산을 옮겨 놓은 것입니다. 2천 년 전 예수님께서는 산에 오르시어 군중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마태오복음 5장에 나오는 산상설교가 바로 그렇습니다.

 

성전 한 가운데 있는 제대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께서 산의 한가운데 있는 바위에 걸터앉으셔서 군중들을 바라보십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앉아 계신 의자 하나하나는 주님의 말씀을 들으러 산으로 모인 군중들이 앉은 풀밭의 자리들입니다. 모습이 그려지십니까? 장의자에 여러 명이 앉는 것이 아닌, 개인에게 각각 주어진 자리는 주님 말씀을 들으러 모인 군중들의 자유롭고 편안한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다음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성전의 벽을 보십시오. 수평으로 둘러있는 붉은 벽돌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상징합니다. 가족들, 이웃들, 형제자매들입니다. 그리고 제대 뒷면의 수직으로 뻗어 있는 편백 나무는 세상과 하늘 사이에 놓인 생명의 길을 상징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로 그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십자가로 부활의 영광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릅니다. 또한 제대와 감실대, 독서대와 해설대, 그리고 성수대 모두가 성전의 수평성과 수직성 상징에 어울리게 표현됨으로써 성전 전체의 일체감을 드러냅니다.

그러면 성전이 된 이 산에서 예수님께서 군중들에게 가르쳐주신 말씀은 무엇입니까? ‘여덟 가지 참 행복’ 곧 ‘진복팔단’입니다. 성전 상부의 팔각 탑은, 여덟 가지 행복을 의미하고 나아가 완전한 숫자 8로서 예수님의 가르침 전체를 의미합니다. 그 가르침의 정점인 천장 한가운데에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예수님이 있습니다. 이것은 이탈리아 라벤나의 산비탈레 성당 천장에 있는 모자이크를 스테인드글라스로 재현한 것입니다. 진복팔단을 의미하는 팔각 탑의 영감을 그 성당에서 얻었습니다. 그리고 팔각 탑 안의 스물네 개의 창문도 훗날 스테인드글라스로 채워질 것입니다.

이러한 전체적인 성당의 상징들 안에 몇몇 작품들이 걸려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십자가입니다. 고통스런 모습이 아닌 온화한 모습의 예수님이십니다. 그와 짝을 이루는 감실은 빵의 형상을 하고 있고, 감실문에는 오천 명이 먹고도 남은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있습니다. 생명의 빵 곧 ‘예수님의 몸’의 상징입니다.

또한 순백의 은으로 만들어진 십자가의 길은 예수님께서 겪으신 고통의 열네 순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은은 산화되면 검게 변합니다. 저 십자가의 길 14처도 시간이 흘러 어느 해 사순절 즈음에는 우리의 십자가의 길 기도 소리와 함께 그렇게 조금씩 검게 익어갈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간략하게 성전의 각 부분이 상징하는 바를 설명해 드렸습니다. 이 성전이 그렇게 꾸며졌으니, 성전을 보고 ‘멋있다!’하고 감탄만 하시라는 것은 아닙니다. 감탄은 한 번으로 충분합니다. 이 성전에서 주님께 대한 믿음을 더욱 굳게 키우시기를 바랍니다. 이 자리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동안, “행복하여라!”하시며 여덟 가지 참된 행복을 가르쳐주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주님의 그 말씀 안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며”(마태 5,12) 신앙생활을 하십시오. 그러면 우리 신앙인의 참 성전인 “마음의 성전”이 아름답게 지어질 것입니다.

2023년 7월 2일 

성전 봉헌을 마치고 한숨 돌리며 ...

강한수 가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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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드 글라스 (2024년 8월 15일 봉헌식) 

작가 김인중 신부 

본 성당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김인중 화가 신부님의 작품으로, 2024년에 완성되었습니다. 총 표면적 50㎡에 달하는 이 작품은 2,215 x 740mm 크기의 15개소와 4,965 x 740mm 크기의 9개소에 걸쳐 설치되었습니다.

김인중 신부님은 중세 전통의 스테인드글라스 기술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기법을 개발하였습니다. 그의 작품은 납선을 제거하고 판유리 위에 직접 그림을 그린 후, 780도의 고온에서 구워내는 첨단 방식으로 제작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디지털 전사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하나하나 직접 그리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 신부님은 유리에 질감을 부여하는 '열성형' 과정을 통해 빛과 색의 판타지를 극대화한 예술 작품을 창조해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도전과 함께 그의 작품에서는 회화뿐만 아니라 서예와 수묵화의 전통 기법과 정신을 이어받아 그의 고유한 예술 세계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김인중 신부님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과 벨기에 리에주 대성당을 포함하여 전 세계 50여 곳에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설치하며 그 업적을 널리 인정받았습니다. 2021년에는 스위스 르 마텡지(Le Matin Dimanche)에서 샤갈(Marc Chagall), 마티스(Henri Matisse)와 함께 '세계 10대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로 선정되며 세계적인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습니다.

이번 작품은 프랑스의 3대째 가업을 이어온 '아틀리에 루아르(Atelier Loire)' 유리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김 신부님은 특히 의정부 교구의 영성적, 공공적 가치를 존중하여 창작 및 저작에 따른 일체의 Design Fee에 해당하는 35억 원을 의정부 교구에 재능 기부하는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