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단상

2002년 3월의 하루

등록일
202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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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수). 재의 수요일.

사순절의 시작, 재의 수요일입니다. 미사 중 재를 얻는 예식이 있어서, 오늘은 상리본당은 오전 10시, 대광리 공소는 저녁 7시에 미사를 하였습니다. 상리성당에 와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사순절과 부활준비를 위해 전례 봉사자들(자매 3분이 본당과 공소를 오가며 봉사하고 계십니다.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과 만남을 가졌는데, 사순시기동안 본당과 공소 평일미사전에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합동으로 하고, 특히 본당 특성상 연로하신 분들이 대부분이기에 가능하면 모든 전례를 복잡하지 않고 간편하게 준비해서 어르신들이 불편함 없이 신앙생활 할 수 있도록 배려키로 하였습니다.

 

재를 얻는 예식.

 

3월 3일(목). 병자성사.

오전 중 다급한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급하게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야 될 신자가 있어, 병원에 가능 중에 성당에 들러 기도를 받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흔쾌히 허락하고 준비하고 있는데, 사제관 앞으로 자가용 한 대가 도착했습니다. 기도가 필요한 신자는 움직이기 어려워 차 안에서 기도를 부탁했기에, 저는 그 신자의 옆자리인 운전석에 앉아 병자성사를 주었습니다. 환자는 30대의 청년, 최요한(사도요한)이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병원을 가면서 기도를 청했던 것입니다. 사도요한은 미국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생활하던 중 암에 걸려 한국에 들어와 4년 동안 투병 중이었는데,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고통과 힘겨움에도 불구하고 정성껏 기도를 받고 성체를 영하는 모습이 안스럽기도 했지만 너무나 경건해 보였습니다. 특히 같이 오신 부모님께는 어떻게 위로해드려야 할지 난감할 뿐이었습니다.

사도요한의 부모님이 선물해 주신 성화, '주님의 세례(The baptism of the Lord)'를 액자로 만들어 성당입구에 걸어두어, 신자들이 사도요한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청하였습니다.

 

'주님의 세례' 성화.

 

3월 5일(토). 성모신심 찬양미사.

매월 첫 토요일 오전 10시에 성모신심 미사를 봉헌합니다. 특히 복음성가 봉사자들을 초대하여 찬양미사로 봉헌합니다. 오랫만에 찬양미사를 봉헌하니 마음이 따뜻합니다.

 

 

3월 9일(수). 20대 대통령선거.

연천군민으로서 첫 투표를 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국민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분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3월 14일(월). 교구 사제 연피정 참여.

교구 사제는 1년에 1회 이상 피정을 의무적으로 해야 합니다. 저도 교구에서 준비한 피정에 참여하여 14일부터 19일까지, 의정부 한마음청소년수련원 피정동에서 피정에 임하였습니다. 피정은 몸과 마음을 다독거리고 충전하기 좋은 시간입니다. 피정 기간 중, 본당 신자분들도 분명 많은 기도로 응원해 줄 것을 믿습니다.

 

한마음청소년수련원 피정동.

 

피정 중에 좋은 소식도 받았습니다. 대광리 공소 사제관 수도 동파로 청구된 요금 중 50%를 4지구 차원에서 지원해주기로 했고, 일산성당에서도 '자매결연'을 맺어 상리성당에 정기적으로 지원해 주기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애정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새겨봅니다. 매 월 마지막 주일 미사 중에 많은 은인들을 기억하며 감사지향미사를 드릴려 합니다. 

 

3월 22일(화). 23(수). 방문 영성체.

상리성당은 신자분들 대부분이 연로하시고, 지역적으로 광범위한 구역과 열악한 교통 관계로 미사에 참여하기가 그리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미사에 참여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원하시는 분들에게 매주 방문영성체를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화요일은 상리본당 구역, 수요일은 대광리공소 구역. 첫 방문에 상리구역은 8분, 대광리구역은 7분이 신청하였습니다. 방문시간 1시간 내지 1시간 30분의 노력이었지만, 짧은 만남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마다 너무나 반가워하시고 감사하시는 모습이 오히려 송구스러웠습니다.

 

 

3월 25일(금). 닭장공사. 텃밭준비.

교육관(식당) 옆으로 닭장을 만들었습니다. 형제님들이 많이 고생하셨습니다. 암탉 4마리, 수탉1마리를 입주시켰는데, 이젠 유정란을 먹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닭모이, 물 등 신경써야될 것은 많아지겠지만.

성당과 사제관 사이에 적지 않은 크기의 텃밭이 있습니다. 신자분들과 함께 농사준비를 하였습니다. 제가 초보농부이지만, 나름 정성을 담아 노력한다면 머지않아 다양한 채소들을 재배하리하 기대해 봅니다.

 

 

3월 31일(목). 최사도요한 선종.

지난번 병자성사를 주었던 최사도요한이 하느님의 품에 안겼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많은 죽음을 접해봤지만, 이번은 왠지 마음이 더 무겁웠습니다. 전곡에 있는 '효사랑 장레식장'에 신자 몇 분과 함께 조문을 갔습니다. 코로나 방역이 아니었다면, 어르신들과 함께 방문해서 연도라도 해 줄 수 있었을텐데. 부모님이 너무나 상심하고 계셔서 어떻게 위로할지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사도요한은 4일장을 마치고 인천 화장장에서 화장하여 미국으로 간다고 합니다. 오는 주일 본당에서 장례미사가 있을 예정인데, 신자분들과 함께 최사도요한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정성껏 장례미사를 준비할 것입니다.

'주님, 세상을 떠난 최사도요한의 영혼과 죽은 모든 교우들의 영혼이 당신의 자비하심으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