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22 교구장 사목교서

등록일
202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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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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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교구장 사목교서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사도 4,32)

 

 

머리말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겪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 모든 나라를 위협하였습니다. 부강하고 과학이 발달한 선진국과 가난한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그 피해는 엄청났습니다. 코로나19로 가족이나 친지를 잃고 충격과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직장과 사업체가 재기 불가능한 지경에 놓여 절망에 빠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백신 개발이 이루어졌지만, 그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나라는 아직도 코로나19의 심각한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공동체도 그동안 체험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때로는 미사에 전혀 참례할 수 없었고, 참례할 수 있다 하더라도 소수의 인원으로 제한될 뿐이었습니다. 특히 세례성사를 비롯한 교회의 기본적인 성사를 거행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아서 성사를 받는 신자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사제와 수도자들도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찾아가고 싶어도 뜻대로 할 수 없었기에 의욕을 잃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평신도, 수도자, 사제들이 힘을 모아 새로운 길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대면 종교활동이 어려워지자 여러 본당이 온라인 미사를 실시하였으며, 비대면으로 하는 교리나 성경 공부, 회합 그리고 어린이 주일학교까지 실시한 곳도 있었습니다. 일부 사목자는 신자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대문 앞에서 기도드리며 축복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2021년 한 해 동안 우리 교구 사제들이 여러 차례 진지하게 토의하고 의견을 나누었듯이 코로나19 팬데믹은 분명 교회에 큰 위기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목을 반성하고 새로운 대책을 세우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은 코로나와 함께하는(with corona) 일상으로 전환될 시기이며, 앞으로의 시간을 보다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때가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2022년 사목교서는 시대의 징표를 읽는 교회와 세상으로 한 발 더 다가가는 사목으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1. 코로나19 팬데믹 안에서 신앙과 공동체의 회복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 신자들과 교회공동체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미사에 자유로이 참례할 수 없고, 편히 성당을 드나들며 신심을 키워왔던 기도 활동과 공동체 모임이 금지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반응이 있었습니다. 신앙의 갈증을 더 깊이 느꼈다는 신자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앙심이 무뎌지고 약해졌다는 신자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때 한국교회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특별희년을 보낸 것은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사제도 교회도 없는 가운데서 놀라운 신앙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분들은 신앙의 본질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옥중 마지막 편지에 나오듯이 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은 하느님을 알고 구원을 얻는 것인데, 그분들은 이 진리를 마음 깊이 간직하였습니다. 그래서 이웃 신자와 함께 기도하며 격려하였고, 가진 바를 서로 나누면서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사랑하는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 천주교가 얼마나 좋은 종교인지를 보여주는 증거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순교의 길마저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 9,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자인 복자 윤지충과 윤지헌 형제 그리고 권상연의 유해가 발견되었고 보도되었습니다. 지난 3, 전주교구에서 실시한 성역화 작업 중에 순교자들의 유해가 발견되었는데, 이에 대해 고고학자와 의학자들이 연대 측정과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세 분 순교자의 유해임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것입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에게 주님을 참으로 알아 섬기고 구원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알려주신 놀라운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을 겪으며 우리 교구 사제들은 사목에 대한 성찰을 진지하게 나누었습니다. 그 중에서 지난 시간 동안 교회가 신자들에게 신앙의 본질인 구원을 깨닫게 하고 미사성제와 성사 생활을 인도하는 데 소홀했다고 반성하였습니다. 실제로 많은 신자가 신앙의 본질을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이번 한 해는 무엇보다 신앙과 공동체의 회복에 중점을 두어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틈틈이 비대면 방식으로 해왔던 여러 가지 교육과 공부, 모임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평신도, 수도자, 사제 모두 하나 되어 신앙을 회복하고 공동체를 바로 세우는 데 앞장서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2. 우리와 후손을 위한 생태적 회개

 

한해 한해 살아갈수록 기후 위기를 절감하게 하는 자연현상이 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기후 위기의 경고는 우리의 삶의 방식을 전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생태환경과 기후 위기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의 우리와 미래의 후손들이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전 세계에서 많은 젊은이가 자신들의 미래를 심각하게 염려하며 지구를 살리는 데 행동으로 참여해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지구를 가꾸고 보존하는 일은 사회운동 이전에 그분의 자녀인 우리 신앙인이 앞장서야 하는 신앙의 활동입니다.

2021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시작한 우리 교구는 모든 본당과 가정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생태환경을 살리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고자 합니다. 2022년도 실천사항으로 제안하는 생활 쓰레기를 줄입시다’(사회사목국 제언 참조) 운동에 동참하여 생태적 회개로 부르시는 주님께 응답하도록 합시다.

 

 

3. 가난한 이들과 난민을 돌보는 교회

 

가난한 이를 돌보는 일은 하느님 자녀의 소명입니다.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주님의 가르침은 성경 전반에 걸쳐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지상 생활에서 특별한 애정을 갖고 다가가신 대상은 가난하고 병이 든 사회적 약자들이었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교회는 하느님의 사랑을 밑바탕 삼아 이웃에 향한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의 공동체입니다.

신앙과 공동체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는 사랑을 실제 삶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신앙의 회복이란 하느님을 마음으로 깊이 알아뵈옵고 진실로 사랑하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 하느님을 아는 방법은 바로 그분께서 아끼시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도 요한은 서간에서 사랑하는 이는 모두 하느님에게서 태어났으며 하느님을 압니다. ()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1요한 4,7-8)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마태오 복음사가는 최후의 심판이 굶주리고 목마른 이, 나그네와 헐벗고 병들고 감옥에 갇힌 이를 따뜻이 돌보아 주었는지에 달렸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해주었습니다(마태 25,31-46 참조). 이처럼 하느님께 대한 신앙과 이웃에 대한 사랑은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바로 신앙의 본질을 살아가는 길입니다.

근래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전쟁이나 테러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 고향을 떠나는 난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들을 돌보고 도움을 주는 일은 이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할 소명이겠습니다.

 

 

4. 함께 걷는 시노달리타스의 구현

 

최근 보편교회는 초기 교회부터 사도들이 보여주었으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기본 정신이 된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의 구현을 새롭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에 개막한 제16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의 주제가 바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입니다. 전 세계 교회가 깊은 관심을 갖는 바와 같이 시노달리타스는 이 시대에 더욱 요청되는, 우리 교회가 걸어가야 할 길이며 사목과 교회 운영의 방법입니다. 2020년 우리 교구 사제단은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사제연수를 한 바 있습니다. 평신도와 사목자가 함께 걸어가는 여정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주제가 직접 실천하기에 말처럼 쉬운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이 길을 가야 할 것입니다.

요즘 봉사자들의 숫자는 줄고 있는 반면, 교회를 운영하는 데 있어 전문성을 지닌 이들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체가 위기를 극복하고 활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일이 필수적입니다. 공동체의 회복과 도약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데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5. 사제와 수도자 성소개발을 위한 관심과 노력

 

신심 깊고 성실한 젊은이를 교회 일꾼인 사제, 수도자로 양성하는 것은 우리 교회의 미래가 달린 일입니다. 그러나 몇 년 사이 성소자들이 급격하게 줄고 있습니다. 이는 교회 앞날을 생각할 때 대단히 걱정되는 일입니다.

교회에서 젊은이들을 보기 어려워지고 청소년 사목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면서 성소의 위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를 맞아 우리에게 당신의 일꾼을 보내달라 기도하고 발굴하며 후원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는 모든 신자가 함께 관심을 갖고 애써야 할 과제입니다.

성소의 위기와 관련하여 신앙교육의 첫 자리인 가정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싶습니다. 가정은 모든 인간 활동이 시작되는 못자리이기에,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각 사람,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에게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신앙을 위한 환경과 토대를 여러분 가정에 마련해주시기 바랍니다. 온 가족이 모여 함께 기도하고 대화를 나누는 가정을 바탕으로 훌륭한 신앙인이 나오고 교회의 앞날을 위해 일할 사제와 수도자가 나오게 될 것입니다.

 

 

맺음말

 

신앙과 공동체를 회복하며 시대적인 징표를 교회 안에서 구현하며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초대교회의 신자들이 보여준 삶의 모습을 본받아야 하겠습니다. “그들은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이 집 저 집에서 빵을 떼어 나누었으며,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사도 2,46-47).

이러한 삶을 실현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복된 은총을 청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교구민 여러분도 주님께서 초대하시는 부르심에 적극적으로 응답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한 명의 백 걸음보다 백 명의 한 걸음이 더욱 가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이러한 노력을 애틋이 바라보시는 하느님께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큰 결실을 선물해주실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와 가정에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

 

 

2021년 대림 제1주일에

천주교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