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부활 제3주일(가해) 강론
- 등록일
-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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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3일(목)부터 저희 봉일천 성당에서는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재개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에, 주일 미사에 참석하지 못하시는 교우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에 부활 제3주일 본당 주보와 주일 미사 강론을 보내드립니다. 특히, 주보 4~5면에는 의정부교구장 이기헌(베드로) 주교님의 ‘특별 기고(寄稿)’가 게재되어 있습니다. 꼭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부활 제3주일(가해) 강론
곽준영(유스티노) 주임신부
† 찬미예수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는지요.
부활 제3주일을 맞이하는 오늘 복음 말씀에서는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엠마오로 향하던 두 제자의 내면에 회개를 불러일으키십니다. 이것은 곧 슬픔에서 기쁨으로의 회개, 절망의 어둠에서 희망의 빛으로의 회개, 흩어지고 고립된 공동체에서 일치와 친교를 이루는 공동체로의 회개입니다.
일반적으로 회개는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고쳐나가는 것이기에 우리에게 고통스럽거나 어려운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회개는 기쁨과 희망, 그리고 사랑의 원천(源泉)이며 이것은 곧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은총입니다.
먼저 복음에 등장하는 두 제자의 모습을 살펴보면, 지난 며칠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로 인해 그들은 깊은 슬픔과 절망감에 빠져 있었고, 그동안 자신들이 지내오던 제자들의 공동체에서 이탈하여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두 사람 앞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어, 그들을 회개로 이끄십니다.
당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넋두리를 하는 그들을 향해, 예수님께서는 깊은 안타까움을 느끼십니다. 인류의 구원을 완성하시려는 아버지 하느님의 뜻에 따라 몸소 수난을 겪으심으로써 죄와 죽음으로부터의 위대한 승리자가 되신 예수님께서는, 성경 말씀, 곧 예언의 풀이를 통해 제자들의 닫혀있던 마음을 일깨우십니다. 그분의 가르침은 절망의 어둠 속에 빠져 있던 제자들에게 참된 위로요 희망의 빛이었으며, 차갑게 식어버린 그들의 열정을 다시 활활 타오르게 하는 사랑의 계시였습니다.
이제 제자들은 회개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들은 주님께서 계속 자신들 곁에 머무르시기를 청하였고,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심으로써 당신의 지극한 사랑과 당신께서 성체성사 안에 현존하고 계심을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공동체의 친교와 일치, 화합의 의미를 되찾은 그들은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그곳에 남아있던 다른 제자들과 함께 부활하신 주님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갔습니다.
이처럼 뿔뿔이 흩어졌던 예수님의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의 증거자로 충실히 살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성경 말씀 안에, 그리고 성체성사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느끼고 체험하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미사(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를 통해 그 은총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지난 두 달간,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극심한 슬픔과 절망, 고독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런 우리를 향해,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언제 어디서나 늘 함께 하실 것을 약속하시고, 자비의 손길을 내미시며 기쁨과 희망, 친교와 화합의 은총 안으로 초대하십니다. 사랑하는 봉일천성당 교우 여러분, 다시 주님 앞에 모여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드리며, 부활의 기쁜 소식을 이웃과 함께 나누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