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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신부와 함께 하는 대중 음악 이야기 1- 사람들(김진호)

등록일
2020-03-14
조회
1253

앙 신부와 함께하는 대중 음악 이야기 1

 

그립다.’ 라는 단어만큼 사랑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또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운 마음들이 하나하나 모여, 신자 분들에게 힘이 되면서 도움도 되고, 얼굴을 맞댄 방식은 아니지만 소통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소소하게 이렇게라도 여러분을 만나 뵙고 싶다는 마음에, 작은 발걸음을 떼어 봅니다.

 

사실, 저는 음악을 참 좋아합니다. 만일 제게 음악적 재능이 있었다면, 또 그것을 일찍 깨달았다면, 그 길을 걷지 않았을까라고 늦은 나이에 고백도 해봅니다. 하지만, 신부의 길을 걸으면서도 음악을 통해 하느님과 신앙에 대해 대화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음악을 듣고 즐기지만, 결국에 이건 내 노래야!’ 라고 애착이 가는 노래들을 찬찬히 되짚어 보면, 주로 그 가사가 제 마음에 와 닿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사들의 공통점은 사랑이나 인생에 대해 담은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미약하게나마 그 노래들을 나누고, 그 가사들에 담긴 사랑과 인생에 대해 그리고 하느님에 대해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간들이 여러분들에게 삶의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길 희망하고, 조금 더 나아가 서로의 삶과 하느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어 봅니다.

 

늘 처음이 중요하다고들 하죠. 첫 노래를 선정하기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어렵게 꼽은 오늘의 첫 곡은, 김진호의 사람들이라는 곡입니다.

 

김진호라는 가수는 다들 아시다시피 “SG WANNABE”라는 팀의 보컬이었습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이라는 팝의 대부와 닮은 음악을 하고 싶은 세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팀을 결성했습니다. 당시 “SG WANNABE”는 일본의 도쿄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진호는 한창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을 무렵,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자신의 아버지와 팀에서 가장 의지했던 맏형 채동하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죠. 어린 나이에 일찍 맛본 성공의 맛과, 가장 소중한 사람을 둘씩이나 동시에 잃은 슬픔이 괴리감을 주면서, 김진호는 방황하기 시작합니다.

 

방황하던 그 시절, 김진호는 음악실에서 나오지 않고 미친 듯이 노래만 불렀다고 합니다. 그러다 답답하면 혼자 여행가고, 또 다시 음악실에 틀어박혀 있고. 그 오랜 세월이 지나, 김진호는 “SG WANNABE”가 아닌 김진호라는 이름으로 앨범 한 장을 들고 나옵니다. 그 앨범이 바로 익히 알고 있는 가족사진이라는 노래가 담긴 앨범입니다. 이 앨범의 모든 곡을 김진호가 작사 작곡에 참여합니다. 앨범을 들으면 김진호라는 사람의 고통과 아픔을 통한 성장기와, 한 인간이 삶의 어려움 안에서 성장해 냈을 때 어떠한 따뜻함을 줄 수 있는지가 잘 드러납니다.

 

제가 추천할 곡은 이 앨범 다음 2집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 사람들이라는 곡입니다. 조금 더 성숙해지고, 따뜻해져서, 이제 막 용기 내어 사람들과 소통하려 하는 김진호의 삶이 잘 드러난 노래입니다. 다 같이 한 번 들어볼까요?

 

 

사람들

김진호

 

우린 친구라는 이름에 결실 연인이라는 이름에 결실

가족이라는 이름에 결실 돌아보면 기적 같았지

나에 눈을 보는 너 역시 너의 눈을 보는 나 역시

그 많은 날을 이겨낸 그 모든 의미에

 

우린 그 많은 날들 속에서 멈추지 않는 아픔과

사랑에 헷갈려 하며 울고 또 술 한잔에 웃으며

슬픔에 노래 부르다 사랑에 노래를 찾게 되

 

사람들

 

우린 같은 생각속에 갇힌 체 벗어나지 못하는 하루

같은 공간에서 멈추다 스스로 지쳐 갈때쯤

같은 외로움을 마주해 같은 아픔속을 헤매다

서로를 알아보겠지 의미를 찾겠지

 

우린 그 많은 날들 속에서 멈추지 않는 아픔과

사랑에 헷갈려 하며 울고 또 술 한잔에 웃으며

슬픔에 노래 부르다 사랑에 노래를 찾게 되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이젠 그 많은 날들 속에서 멈추지 않는 아픔도

멈추지 않는 사랑도 내가 다 살아왔던 흔적들

살아내야 하는 이유들 이 순간을 기억하며 난 걸어가

 

사실 경쾌하게 느껴지는 노래 분위기와 달리, 노래의 가사는 참으로 깊고 아프고, 외롭고 따뜻합니다. 어찌 보면, 우리네 인간사를 환상 없이, 날 것 그대로를 바라본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인간의 희노애락이 담긴 삶을 그대로 바라보고, 과장됨 없이, 외로움이라는 것에 갇혀 사는 인간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방황하는 시간들을 이겨내려 몸부림치고, 또 그 안에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결국 그 사람들과의 사랑으로 또 하루를 살아간다는 노래 가삿말이 참 뭉클합니다.

 

특히 김진호의 아팠던 삶이 가삿말에 그대로 담겨 있음에 가슴 아프지만, 노래를 부르는 그 눈빛은 너무나 담담하고 따뜻해서 더 울컥합니다. 아마도, 그 모든 시련을 이겨낸 성숙한 이의 태도가 드러난 것이겠죠.

 

저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김진호씨와 소주 한 잔 하며 인생을 이야기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그 술자리의 끝은 둘이 부둥켜안고 우는 것이겠지요.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해서 이 땅에 보내셨지만, 사실 그 삶이 쉽지 않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그 삶의 순간들에 서로를 부둥켜안고 같이 살아가보려는 사람들이 곁에 있음에, 또 한 번 힘을 낼 수 있음을 기억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희노애락의 삶을 허락하신 것은, 우리 곁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주셨다는 말과 동일한 말이 아닐까요?

 

오늘 하루, 이 노래 들으시면서 따뜻해지시길 빕니다. 여러분 그리워요.

 

P.S 참고로 미사가 재개 될 때까지, 10부작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열심히 해 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