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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신부와 함께하는 대중 음악 이야기 6 - 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아(가을방학)

등록일
2020-03-18
조회
579

앙 신부와 함께하는 대중 음악 이야기 6

 

예전에 저는 술 한 잔 기울이면, 이런 말을 자주 하곤 했었습니다. “인생 이야기, 사랑 이야기, 노래 이야기가 나오면 아무도 집에 못가!” 참 값싸게 뭐라도 있는 척 했던 시절입니다. 하지만 제 가슴 안에 담긴, 가장 솔직하고 진솔한 마음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제 인생이 사랑으로 가득했길 바랐고, 사랑을 노래하며 살아가고 싶었기에, 사실 저의 값싼 외침은, 제 삶의 지향이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노래를 통해 자신의 인생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동경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어떤 가수를 제일 좋아해요?”라고 묻는다면, 참 많은 가수 중에 고르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빼지 않고 대답하는 가수가 있습니다. 저는 계피를 제일 좋아해요. 처음 들어보시지요? 시나몬이야 뭐야?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실 것입니다.

 

계피라는 가수는 브로콜리 너마저라는 그룹으로 데뷔했습니다. 그 때 당시 인디씬에서는 이름을 특이하게 짓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이 멤버들은 이름을 지을 때 아무 말이나 다 던져 놓고 그 중에 가장 어이없는 조합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브로콜리 너마저라는 팀명이 탄생하게 된 배경입니다. 마지막까지 팀명으로 경합했던 이름이 엄마 제 흙 먹어.”였다고 합니다. “브로콜리 너마저라고 져주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무튼 브로콜리 너마저는 인디 밴드로서 홍보 없이 영상매체 도움도 없이, 잔잔하게 실력만으로 2만장 이상의 앨범판매고를 올렸습니다. 90년대에 음악 많이 들으신 분들은, 유행했다하면 100만장은 팔았었던 시대에 사셨기 때문에, 2만장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겠지만, 이제 CD가 음원파일로 대체되어 CD 판매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2만장의 판매고는 초대박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계피는 이 밴드의 보컬이었습니다. 1집이 대박 났지만, 음악적 견해 차이로 계피는 팀을 나왔고, 당시 언니네 이발관”, “줄리아 하트라는 팀으로 활동하고 있었던 걸출한 뮤지션 정바비와 함께, 그 유명한 가을방학이라는 팀을 결성합니다. 그러면서 계피의 음악 세계는 날개를 답니다.

 

저는 브로콜리 너마저” “계피” “정바비” “언니네 이발관모두를 좋아하지만, 특히 계피와 정바비의 조합인 가을방학을 가장 좋아합니다. “계피라는 여성 보컬의 목소리로 인생과 사랑을 노래하는데, 놀라운 것은 그 노래의 작사 작곡을 남자인 정바비가 한다는 것입니다. 정바비가 일상 안에서의 소중하고 값진 깨달음들을 섬세하고 아름다운 가사와 노래로 만들면, 계피가 담담하고 차분하면서도 인생의 깊이를 담은 목소리로 풀어냅니다. 넋 놓고 노래에 빠져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 중 오늘 제가 추천 드릴 곡은, 가을방학의 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아.”입니다. 노래 한 번 들어보실까요?

 

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아.

가을 방학

 

좋은 것들만 내게 주겠다는 너를 보면

좋은 노래만 추렸단 모음집이 떠올라

예쁜 모습만 보이는 것도 나쁘진 않아

하지만 나는 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아

 

한때는 새로운 누군가를 필요로 했어

이제는 깊이 좋아할 자신이 없음 싫어

제 짝을 잃고 버려진 장갑이 너무 많아

그래서 나는 선뜻 너의 손을 잡지 않아

 

?사람이 다 똑같은 것은 아냐

그치만 크게 다를 것도 없어

가끔은 남들이 웃을 때 함께 웃고 싶어

사랑에 실패하는 건 괜찮아

사람에 실망하는 게 싫어

그런 나로 살아가야만 하니까

 

?모든 게 다 잘될 것만 같다가

한 순간 무너지는 맘을 알아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날엔 울고 싶어

사랑에 실패하는 건 괜찮아

자신에 실망하는 게 싫어

그런 나로 살아가야만 하니까

 

?넌 내가 왜 미안해 하냐며 웃음 짓지만

넌 내가 뭘 미안해 하는지 잘 모를 거야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애썼단 거 알아

하지만 나는 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아

미안해 나는 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아

 

사랑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강론을 통해서도 늘상 사랑이 예수님의 본질이라고 이야기하는 저에게, 늘 영감을 주는 노래입니다. 우리는 늘 사랑이라고 하면, 이상형을 그리고, 완벽한 사랑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진짜 사랑이 그런 것일까요?

 

계피의 목소리를 통해 정바비가 고백한 이 노래에서는, 그 사랑이 진짜가 아니라고 용기 내어 잔잔하게 외칩니다. 좋은 노래들을 모두 모아서 만들어 놓은 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겠다는 고백은, 상대방의 좋은 모습만 바라보는 것이 사랑이 아님을 알려줍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분명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것을 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존재 자체, 그 사람 그대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 모든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입니다.

 

좋은 점만 보이고 싶어 하고, 좋은 점만 보여주려는 사람은, 자신의 나약함을 감출뿐더러, 상대방에게도 좋은 면만 바랍니다. 그 사랑은 참 쓸데없이 힘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랑은, 힘이 들어야 할 때 힘이 들어야 합니다. 그것은 그 사람의 부족한 면과 힘든 점을 함께 하면서 힘이 들어야 하고, 함께 끝까지 길을 걸으며, 함께 힘들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사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만 내놓으라고 하신다면, 사실 우리는 할 말이 없습니다. 또 한편으로 우리 역시 예수님에게 좋은 것만 내놓으라고 투정한다면,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은 무의미해집니다.

 

사랑의 원형이 예수님이라고 고백한다면, 우리 역시 십자가를 지는 것이 사랑이고, 그 사랑의 형태는, 좋은 것들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이 노래가 여러분의 사랑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길 희망합니다. 여러분 그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