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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신부와 함께하는 대중음악 이야기 7-선인장(에피톤 프로젝트)

등록일
2020-03-19
조회
601

앙 신부와 함께하는 음악 이야기 7

 

토이를 기억하시나요? ‘유희열이라는 뮤지션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원맨 밴드로 활동하면서, 여러 명의 객원 보컬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남겨 주었던 밴드입니다. 유희열은 토이를 통해 김형중, 김연우, 성시경, 이지형, 윤하 등등 너무나 많은 뮤지션들을 배출, 성장 시켰고, 토이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뮤지션은 토이는 아닙니다. (머쓱 머쓱^^;) 오늘 소개할 뮤지션은 에피톤 프로젝트입니다. 어떤 가수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제가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밴드입니다.(빼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좋아하는 가수가 너무 많죠?^^;) 에피톤 프로젝트는 차세정이라는 뮤지션의 원맨 밴드로서 2의 토이’ ‘2의 유희열이라 불릴 만큼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제는 사실, 누군가와 비슷한 두 번째 밴드라 부르기에 어려울 만큼 좋은 음악을 선사하고 있는 밴드입니다.

 

차세정은 객원 보컬로, 타루, 한희정, 심규선(Lucia), 선우정아 등 인디씬에서는 내로라하는 가수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본인 스스로도 노래를 하면서(유희열과는 엄연히 다르죠.^^) 그 노래의 감성을 더욱 진솔하게 뿜어내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노래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선인장입니다. 일단 노래 한 번 들어보실까요?

 

선인장

에피톤 프로젝트

 

햇볕이 잘 드는 그 어느 곳이든

잘 놓아 두고서 한 달에 한번만

잊지 말아줘, 물은 모자란 듯하게만 주고.

 

차가운 모습에 무심해 보이고

가시가 돋아서 어둡게 보여도

걱정하지마, 이내 예쁜 꽃을 피울 테니까.

 

언젠가 마음이 다치는 날 있다거나

이유 없는 눈물이 흐를 때면 나를 기억해

그대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게.

 

내 머리 위로 눈물을 떨궈.

속상했던 마음들까지도

웃는 모습이 비출 때까지

소리 없이 머금고 있을게.

 

그 때가 우리 함께 했었던 날 그 때가

다시는 올 수 없는 날이 되면

간직했었던 그대의 눈물 안고 봄에 서 있을게.

 

언젠가 마음이 다치는 날이 있다거나

이유 없는 눈물이 흐를 때면

나를 기억해.

그대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게.

 

내 머리 위로 눈물을 떨궈.

속상했던 마음들 까지도.

웃는 모습이 비출 때 까지.

소리 없이 머금고 있을게.

 

그 때가, 우리 함께 했었던 날 그 때가.

다시는 올 수 없는 날이 되면,

간직했었던 그대의 눈물 안고 봄에 서 있을게.

 

 

저는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소화 데레사 성녀가 떠오릅니다. ‘갑자기?’라고 의아해하실 텐데요. 저는 신학교 시절 논문을 소화 데레사 성녀에 관해서 썼었습니다. 소화 데레사 성녀 자서전을 읽었더니, ‘소화라는 것은, ‘작은 꽃을 의미하더군요. 소화 데레사에게 작은 꽃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어린 나이에 봉쇄 수도회에 들어가서 꽃처럼 하느님 닮은 모습으로 살아갔던 이유도 있지만, 소화 데레사 스스로 예수님의 작은 꽃이라는 정체성으로 자신을 인식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은 넓은 들판에 핀 작은 꽃으로서, 예수님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길가다 밟혀 버릴 수도 있을 만큼 작고 약한 존재이지만, 길다가 한 번이라도 예수님께서 눈길을 주시고, 어쩌다 한 번 물이라도 주신다면 그것에 감사할 그런 존재라고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논문의 주제는 소화 데레사가 하느님 안에서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주로 하느님은 나에게 어떠한 존재인가?’ ‘하느님은 나를 어떻게 이끄실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소화 데레사는 자신이 하느님에게 어떠한 존재인가?’ ‘나는 하느님의 이끄심에 어떻게 따를 것인가?’를 고민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에 차곡차곡 대답해 나가는 것을 통해,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고, 그 정체성에 걸 맞는 삶을 살아, 하느님 품에 안기는 성녀가 됩니다.

 

오늘 소개한 선인장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한 번 드려다 보시죠. 아마 노래의 화자는 선인장이라는 가시 돋친 꽃인가 봅니다. 선인장이 자신에게 물을 주는 사랑하는 이에게 바치는 노래인 것 같은데요. 자신이 비록 지금은 차갑고 무심해 보이고, 가시 돋쳐 어두워 보여도, 사랑하는 이가 한번이라도 물을 준다면, 자신은 예쁜 꽃을 피워 낼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뿌리가 땅에 박혀 움직일 수 없는 선인장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고,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뭐라도 해주고 싶은 그 마음은,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우리 인간이 하늘에 계시는 하느님께 다다를 수는 없지만, 하느님과 함께 하고 싶고,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뭐라도 해보려고 노력하는 그 마음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노래의 감동은 그 자리에 있는 듯합니다.

 

차세정의 섬세한 감정과 심규선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하는 고백을 음미하시면서, 소화 데레사 성녀가 하느님께 드리는 고백을 되뇌어 보는 것을 어떨까요? (그리고 미약하나마, 제 마음역시 신자분들께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서, 뭐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고, 조심스럽고, 작은 목소리로 말씀드려봅니다.)

 

오늘 하루 이 노래와 함께 우리의 마음이 하느님께 닿길 바라요. 여러분, 그리워요.

 

P.S 이 노래는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심규선이라는 가수의 버전과 차세정이 직접 부른 버전이 있어요. 두 버전 다 올려드리니, 함께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