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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신부와 함께하는 대중음악 이야기 8- 가리워진 길(유재하)

등록일
2020-03-20
조회
684

앙 신부와 함께하는 대중 음악 이야기 8

 

회를 거듭할수록 가수를 선정하는 일과 선곡하는 일이 쉽지가 않네요. 소개할 가수가 없어서 라기 보다는, 오히려 묵직한 내공을 가진 많은 가수들과 수많은 사랑스런 노래들 속에, 10회 분량에 맞추어 선별해 내는 작업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툭툭 쳐내는 것 같은 나름의 고통이 있습니다. 시작할 때의 첫 마음은, 장르도 다양하게, 시대도 다양하게 선정하려 했으나, 결국 이쯤 되니 제 개인적 취향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꼭 나오셔야 할 가수들을 등장시키려 합니다.

 

단 한 장의 앨범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수. 25세의 어린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가수. 죽어서도 그의 이름으로 건 경연대회로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양성하고 있는 가수.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아티스트. 이쯤 되면 누구인지 아시겠죠?

 

유재하입니다. 유재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들이 많이 있으시죠? 유재하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오히려 유재하와 그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에게 실례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조규찬, 유희열, 김동률, 김광민, 김현식, 김형석, 정지찬, 신승훈. 뭐 더 나열할 수도 없네요. 우리나라 음악계에 굵직한 선을 그은 아티스트들이, 모두 존경과 사랑으로 부르는 이름이 유재하입니다.

 

우스운 일은, 잊혀지지 않는 명곡 사랑하기 때문에, 처음에 심의에 걸려 방송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유재하만의 특유의 감성 어린 엇박자로 인해, 그 때 당시 (유재하의 유일한 앨범은 1987년에 나왔습니다.)에는 박자감각도 없이 래 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대우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래서 천재는 외로운 것인가요? 하지만 방송 심사위원들의 불필요하게 정직한 귀보다는, 대중들의 귀가 유재하의 소리를 알아들었고, 오늘날까지 유재하의 음악은 살아 숨 쉽니다.

 

농으로 하나 제 이야기하자면, 저에겐 스트레스 푸는 아주 소박한 취미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코노(코인 노래방)에 가서 1.000원으로 노래 네 곡을 부르고 나오는 것입니다. 1.000원 과 20분의 시간만 있으면,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이 공간에서, 수많은 노래 중에 어떤 노래를 부를지 선곡하는 일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문제인데요. 가끔 저는 유재하의 노래로만 네 곡을 부르고 나올 때도 있습니다.^^;

 

유재하의 단 하나의 앨범에 수록된 9개의 노래 중, 오늘 제가 소개할 노래는 가리워진 길입니다. 가슴 설레는 이 노래 한 번 듣고 가실까요?

 

가리워진 길

유재하

보일듯 말듯 가물거리는

안개 속에 쌓인 길

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둘러 보아도 찾을 수 없네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갈까

아득하기만 한데

이끌려 가듯 떠나는

이는 제 갈길을 찾았나

손을 흔들며 떠나 보낸 뒤

외로움만이 나를 감쌀 때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유재하는 자신의 유일한 앨범의 모든 부분 작사, 작곡, 편곡 노래까지 모두 혼자서 써 내려갔죠. 그만큼 유재하라는 사람의 노래 안에는 그의 인생과 삶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유재하가 걸으려는 길은 어떤 길이었을까?’ ‘그 보이지 않는 길을 얼마나 외로이 또 담담히 걸어갔을까?’ ‘그가 삶에서 오는 그 외로움들 안에 부르짖는 그대는 유재하에게 어떤 존재였을까?’가 참 궁금합니다.

 

유재하의 공감력의 백미는, 그의 노래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유재하와 같은 질문을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이게 하고, 그 질문에 맞닥뜨린 청자로 하여금, 그의 특유의 목소리로 위로 받게 한다는 것입니다.

 

유재하의 그대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노래를 듣는 저로 하여금 하느님에 대한 존재를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나의 길. 하지만 안개 속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무지개와 같이 어디에 있는지 도대체 모르겠는 하느님. 그토록 찾는 그대가 눈에 보이지 않기에, 내 삶의 길이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겠지만, 간절하고 담담하게 나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청할 수밖에 없는 하느님.

 

사실, 신앙적으로 힘들 때, 혼자 이 노래를 들으면서 울컥하기도 합니다. 가사는 너무나 묵직한데, 너무 담담하고 아련한 목소리로 자신의 삶을 노래하는 유재하를 대하면서, 나도 내 삶의 무게가 무겁더라도, 이렇게 담담하고 묵직하게 노래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꿔 보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지만, 제 이야기보다는 유재하의 이야기를 들으시는 것이 몇 백배 나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유재하의 노래를 들으면서, 침묵 안에서 여러분들과 삶의 이야기들을 나누려 합니다.

 

유재하가 걸어갔던 가리워진 길처럼, 우리도 삶의 가리워진 길을 걸으며, 하느님에게 나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청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분, 그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