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복음묵상

3월 15일 사순 제3주일

등록일
2020-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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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사순 제3주일입니다. 오늘도 이렇게 교우 여러분들과 미사를 함께 하지 못하고 주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복음 묵상 중에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서 다 함께 기도합시다.

이스라엘 민족은 이집트를 탈출해서 광야를 40년 걸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 들어갔고, 왕국을 건설하였습니다. 하지만 왕국은 곧 남과 북으로 분열되어, 남쪽에는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유다왕국이, 북쪽에는 사마리아를 수도로 하는 이스라엘왕국이 세워졌습니다. 이후 아시리아가 쳐들어와서, 북쪽왕국은 멸망하고 그 땅에는 이민족들이 들어와서 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사마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북쪽은 여러 민족이 섞였고, 하느님 외에도 여러 신들을 섬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남쪽의 유다인들은 그런 사마리아인들과 상종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런 관습이 깨지고 불편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유다인인 예수님이 사마리아 여자에게 말을 건넨 것입니다.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그러자 여자가 말합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유다 사람이시면서 사마리아 여자인 저에게 마실 물을 청하십니까?” 여자는 유다인이 말붙이는 것에 당황해했고, 예수님은 그녀에게 다시 말씀하십니다. ‘네가 <하느님의 선물>을 알고 내가 누구인지 안다면, 오히려 네가 나에게 물을 달라고 했을 것이다.’ 대화가 조금 부자연스럽죠. 그도 그럴 것이, 사마리아 여자에게 예수님은 적대 관계에 있는 나라의 사람인 반면, 예수님께 이 여자는 하느님의 구원을 필요로 하는 길 잃은 양이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대하는 입장이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여자에게 정작 물을 달라고 할 사람은 당신이라고 말하자, 여자는 두레박도 없으면서 어떻게 이 깊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겠느냐고 예수님께 반문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계속 동문서답이 오가는 결정적인 이유는 지금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과 그 여자가 생각하는 이 같은 물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물은 복음의 표현으로는 생수<생명의 물>이고, 여자가 말하는 물은 우물물입니다.

 

두 물은 목마름에서 다릅니다. 예수님께서는 주시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단순히 물로 남아 있지 않고, 물이 솟는 이 됩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그 샘에서 물이 솟아나기 때문에 다시는 목이 마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명의 물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그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이제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들은 사마리아 여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목마르지도 않고, 또 물을 길으러 이리 나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여기서 예수님께서 주신다는 <생명의 물>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겠습니까? 그 답은 처음에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자에게 ‘<하느님의 선물>을 알았더라면이라는 말씀 안에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생수가 바로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것인데, 성경에서 하느님의 선물은 <성령>을 가리킵니다. 곧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주시려고 한 영원한 생명을 주는 생수는 성령이었다는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생명의 물>, <성령>을 주시기 위해서 세상에 오셨고, 그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십자가의 길을 걸으십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성령께서 오시면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됩니다. 그러니 지금 이 사순시기에 주님께서 받으시는 고통의 길을 함께 걸읍시다. 그래서 그날에 <하느님의 선물>을 받읍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