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복음묵상

3월 14일 사순 제2주간 토요일

등록일
20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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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독서와 복음을 읽고 묵상을 나눕시다.

 

김요한 시인이 평화신문에 낸 회개하였습니까?”라는 시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밤마다 하늘의 천사들이

세상에 내려왔습니다.

산에도 마을에도

그리고 들에도 강물에도

천사들이 가득하였습니다.

 

나는 천사에게 물었습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그러자 천사들이 대답했습니다.

세상 더러운 것들을 닦고 있답니다.”

나는 반갑고 기뻐서 소리쳤습니다.

오오, 잘 됐습니다.

그러면 제 마음도 좀 닦아 주십시오.”

 

그러자 천사들이 말했습니다.

회개하였습니까?

사람의 마음은 회개하지 않으면

닦을 수 없습니다.”

 

회개하지 않고도 더러운 것을 닦을 수 있다면, 회개하지 않고도 죄를 씻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회개는 정말로 무거운 십자가입니다. 내가 지기에 너무나도 무거운 십자가입니다. 그런데 회개의 십자가를 가볍게 해주는 십자가가 있습니다. 그것은 용서의 십자가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우리는 우리 힘으로는 회개할 수 없지만 주님께서 지고가신 용서의 십자가 덕분에 우리도 회개의 십자가를 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 말씀은 우리에게 용서와 회개의 십자가를 보여줍니다. 아버지는 재산을 챙겨 집을 떠난 둘째 아들을 그가 집을 떠나는 순간에 이미 용서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지셨던 용서의 십자가 덕분에, 아들은 회개의 십자가를 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이미 베푸셨던 용서의 십자가는 아들이 지고 온 회개의 십자가로 말미암아 비로소 열매를 맺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뜨거운 포옹이 그 열매의 표시입니다. 그 열매를 우리는 부활이라 부릅니다. 내일 사순 제3주일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지는 못하지만, 신자들과 함께 용서와 회개의 십자가를 지는 사순 제3주일을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