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복음묵상

주님 부활 대축일

등록일
2020-04-11
조회
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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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시기가 시작되며 미사가 중단되었고, 그래서 홈페이지에 매일 복음 묵상글을 올렸습니다. 그렇게 사순시기를 다 보내고 부활대축일을 맞이하였습니다. 이에 교구장 주교님의 부활 메시지를 이곳에 올립니다. 그리고 그동안 복음 묵상에 함께 해주신 교우들께 감사드립니다. 하루속히 미사가 재개되기를 바라며 복음 묵상은 사순시기로 마감하겠습니다. 은총의 부활 대축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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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부활 메시지>

 

돌을 치우고 갈릴래아로 달려갑시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예수님께서 죄와 죽음, 무덤의 부패라는 인간의 굴레를 이기시고, 우리에게 빛과 희망을 주시려 부활하셨습니다.

지난 사순절, 우리 모두는 코로나19로 엄청난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렇게도 빠르게 바이러스가 확산되어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엄청난 수의 감염자가 생겼고, 사망자 수가 수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많은 나라의 국경과 공항은 폐쇄되고 여러 도시가 봉쇄되었습니다. 참으로 무서운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무너뜨렸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중심이 되었던 미사가 중단되었고,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웃들과의 만남이 차단되었으며, 활기 넘쳤던 거리와 사람들의 모습에는 어두움이 짙어만 갔습니다.

이렇게 저마다 감염의 위험으로 모두 문을 걸어 잠그고 살면서, 전염된 사람들과 노약자들과 같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꺼려하는 가운데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봉사대열에 참여하였습니다. 많은 신자들은 코로나19 종식을 빌며 간절히 기도를 하였으며, 교회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지원금과 마스크를 비롯한 생활 지원품들을 보내왔습니다. 게다가 일손이 모자라 힘들어하는 진료현장에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의료진들이 줄을 이었고, 도시락을 만들어 독거노인들을 찾아가는 봉사자들을 비롯해 이 곳 저 곳에서의 아름다운 선행들은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전염병과 싸우며 힘들어하고 죽어가는 현실 속에서 주님을 찾으며 부활을 맞이하였습니다.

 

나는 부활이며 생명이다

 

믿는 이들에게 주님께서 주시는 가장 큰 희망은 부활입니다. 베타니아에 살던 라자로가 병을 앓다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예수님께서는 슬픔에 잠긴 마르타와 마리아 자매에게 오빠가 다시 살아날 것을 말하며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요한 11,25-26) 하셨습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의 핵심이며, 그리스도인들에게 힘과 젊음을 샘솟게 해주는 원천인 것입니다.

오늘은 부활의 믿음을 힘차게 고백하는 날이며 우리 삶으로 부활을 증거하겠노라 다짐하는 날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지난 코로나19로 지치고 어두웠던 여러분들의 삶에 부활하신 주님께서 새로운 힘과 활력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당신 자녀들에게 새 생명을 주시기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신 분이십니다. 일찍이 이사야 예언자는 믿는 이들에게 주시는 하느님의 힘찬 힘을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젊은이들도 피곤하여 지치고, 청년들도 비틀거리기 마련이지만, 주님께 바라는 이들은 새 힘을 얻고, 독수리처럼 날개 치며 올라간다. 그들은 뛰어도 지칠 줄 모르고,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른다.”(이사 40,31-32)고 말입니다.

이번 코로나 19의 시련 속에서 더 많은 어려움과 불안을 겪으신 노년의 교우분들에게 특별히 주님의 축복을 드리고 싶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여러분들에게 힘찬 내적인 힘을 주시기 바랍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우리의 외적 인간은 쇠퇴해 가더라도 우리의 내적 인간은 나날이 새로워져야 합니다.”(2코린 4,16)

 

우리를 가로막는 돌을 치웁시다

 

부활의 기쁨을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신앙의 기쁨과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돌들을 치우는 일입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게 한 것은 우리 인간들의 미움과 적대감이었으며, 하나되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하고, 화해하지 못하는 죄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유대인들의 미움을 용서하시며 십자가 위에서도 세상 사람들이 하나되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몸으로 유다인과 이민족을 하나로 만드시고 이 둘을 가르는 적개심을 허무셨습니다. 양쪽을 하느님과 화해시키시어, 그 적개심을 당신 안에서 없애셨습니다.”(에페 2,14-17)

이번 코로나19를 치르면서 이 세계와 우리 사회에 참으로 많은 이기심과 적개심이라는 돌들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원하신 것은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하나됨을 가로막는 것은 적개심이라는 돌들이었습니다. 전쟁에 이은 분단의 70년을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은 그 긴 세월에 걸쳐 쌓여진 분단의 부산물들을 안고 살아 왔습니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우리 사회 깊숙이 남아 있습니다. 적대감과 분열, 그리고 쉽게 분노하고 빨리 빨리라는 문화와 기질들이 한 예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 너무나 좋은 점들이 있음도 알게 되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마음을 모아 행동으로 옮기는 적극적인 모습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번 코로나19를 겪어 내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 놀라운 감동을 선사한 바 있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 단체들의 방역정책에 맟추어, 모든 국민들이 하나되어 질서를 지키며 따르는 모습과, 위험을 무릅쓰고 전국에서 찾아와 의료활동에 참여한 헌신적인 의료진들과 봉사자들은 우리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하였습니다. 힘든 시련이 있었던 지난 사순절의 긴 여정은 한편으로는 사순절에 치러야 하는 기도와 희생, 그리고 봉사를 함께 하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부활이 찾아왔습니다. 무덤의 돌을 치우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갈릴래아로 오라고 분부를 하셨습니다. 우리가 가야 할 갈릴래아는 코로나 재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입니다. 그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혹은 마음의 고통으로 괴로워하고 있으며, 갑자기 닥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하루하루 지내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입니다. 우리 모두 갈릴래아로 달려가 부활의 기쁨을 나누도록 합시다.

2020년 주님 부활 대축일에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