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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신부와 함께 하는 대중 음악 이야기 3 - 널 보고 있으면(강산에)

등록일
2020-03-15
조회
682

앙 신부와 함께하는 대중 음악 이야기 3

 

주일이네요. 아이들이 보고 싶습니다. 가끔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신부가 되어서 어떤 것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이요. 뭐 이래저래 말할 것도 있겠지만, 사실 주일 저녁이 제일 힘듭니다. 사부작사부작 아이들과 뛰놀다가, 모두 집에 돌아가고 나면(........................................) 방금 같이 있었던 아이들이 또 보고 싶고 막 그럽니다.

 

그 날을 기억하시나요? 제가 처음으로 어린이 미사를 집전한 바로 그날입니다. 아이들은 처음 만난 저를 반겨준다고 노래를 불렀었죠. 그 노래를 듣고 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때 제가 받은 느낌은 아름답다는 것이었습니다. 천사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바로 이 아이들의 소리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아름다움이 제 가슴에 벅차게 다가왔었습니다.

 

오늘 제가 소개할 곡은 강산에의 널 보고 있으면이라는 곡입니다. 이 노래는 바로 얼마 전에 알게 된 곡입니다. 저는 정말로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면 그 가사를 연필로 공책에 옮겨 적는 습관이 있는데, 너무나 오랜만에 가사를 손 글씨로 적어보았던 노래입니다. TV를 보다가 장기하라는 가수가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소개하는 순서였는데, 이 노래를 소개하더군요. 94년에 발표된 강산에의 2집에 수록된 곡인데, 그 앨범에는 그 유명한 넌 할 수 있어.’가 타이틀이었습니다. 그 앨범의 제목이 나는 사춘기여서 빵 터졌었지요.

 

강산에는 원래 한의사였다고 하죠. 그런데 노래가 좋아서, 그것뿐이어서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가수가 되었다고 합니다. 되뇌어 보니, 저도 강산에의 노래 중 좋아하는 노래가 꽤 여러 곡 있더라고요. 강산에의 노래를 들으면 그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솔직함, 따뜻함을 애써 투박함으로 감추려는 틱틱거림이 참 매력적입니다. 우리나라 인디음악의 1세대 대부로서, 지금까지도 그 명성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저 말고도 많은 이들이 강산에의 음악에 마음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노래를 듣고 바로 우리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천사 같은 아이들에게 불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노래 한 번 들어보실까요?

 

널 보고 있으면

강산에

너는 왔네 나에게로 붉은 입술에 장미꽃 물고

돌아선 날 향해 네 눈 속의 별 떨어뜨리며

 

황홀하게 타오르네 목마른 사람 목마른 영혼

널 보고 있으면 네 눈 속의 별 보고 있으면

 

상상했네 투명한 널 보면 나를 비워 갈 수는 없을까

상상했네 너의 그 눈 속으로 들어갈 순 없을까

 

황홀하게 타오르네 목마른 사람 목마른 영혼

널 보고 있으면 네 눈 속의 별 보고 있으면

 

상상했네 투명한 널 보면 나를 비워 갈 수는 없을까

상상했네 너의 그 눈 속으로 들어갈 순 없을까

 

황홀하게 타오르네 목마른 사람 목마른 영혼

널 보고 있으면 네 눈 속의 별 보고 있으면

 

 

반짝이는 별처럼 맑은 눈을 가진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입니다. 또 한편으로, 누군가의 눈이 그렇게 반짝인다는 것을 알아본다는 것 역시 행복입니다.

 

강산에씨가 바라본 그 누군가의 눈은 얼마나 반짝였을까요? 그 눈이 얼마나 투명하고 맑았기에 그것을 보면서, 내 자신 역시 맑아지려, 내 모든 것을 비워가야겠다고 다짐했던 것일까요? 그 사랑이 얼마나 간절해 그 눈 속에 들어가 그 사람과 하나 되고 싶어 했던 것일까요?

 

목마른 사람 목마른 영혼이라는 가사 안에 우리네 삶이 느껴집니다. 우리의 삶에 가장 중요한 사랑, 그 사랑을 갈구하는 우리의 영혼.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보면서 이렇게 황홀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데, 하느님께서 우리를 보실 때는 어떠실까요? 하느님께서 우리의 눈 속을 드려다 보시면서 어떤 마음이 드실까요? 애닯은 사랑의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계실, 그 사랑에 울컥하실 하느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합니다.

 

또 한편으로 내가 하느님의 그 맑은 시선을 느껴, 그 눈을 한참 바라보다가, 하느님 닮으려 내 자신을 비우려는 용기 낼 수 있다면, 그 또한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하루, 이 노래가 여러분의 삶을 맑게 해주길 희망합니다. 저도 언젠가 아이들 앞에서 이 노래를 고백할 날을 기다리며 오늘을 살아갑니다. 여러분 그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