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복음묵상

3월 1일 사순 제1주일

등록일
202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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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지난 수요일 머리에 재를 받은 재의 수요일로 은총의 사순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는 재를 받지 못했지만 진정한 의미의 단식을 통해서 사순시기를 시작하셨을 줄로 압니다.

 

예전에 거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거미는 먹잇감을 포획하기 위해서 거미줄을 칩니다. 거미줄의 그런 목적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거미줄은 참으로 아름답고 예쁩니다. 더구나 아침 이슬이 반짝이며 맺혀있으면 마치 보석이 걸려있는 듯합니다. 그렇게 거미는 거미줄을 멋지게 만들어놓고 한구석에 몸을 숨긴 뒤 먹잇감을 기다립니다. 숨을 곳이 없으면 거미줄을 길게 한 가닥 늘어뜨려 멀리서 붙잡고는 자신은 완전히 숨습니다. 그렇게 쳐놓은 거미줄의 길이가 무려 20미터나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뭉치면 고작 모래알 하나 정도의 무게라고 합니다.

 

사순시기에서 사순(四旬)’이란 부활을 앞둔 ‘40을 의미합니다. 부활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40일을 정한 이유는 성경에 나오는 ‘40’이란 숫자가 갖는 의미 때문입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하느님께서는 40일을 밤낮으로 비를 내리시면서 악으로 가득 찬 세상을 정화하십니다. 모세는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의 계명을 받기 위하여 밤낮으로 40일을 엎드려 단식하였고, 이스라엘 민족은 노예 생활을 벗어나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까지 40년 동안 광야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엘리야는 하느님의 산 호렙으로 가기 위하여 40일을 단식하며 밤낮으로 길을 걸었습니다.

 

이렇게 성경에서 40이란 숫자는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 하느님의 구원업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우리 인간 편에서 기다리고 준비하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인간은 참회와 속죄로 자신을 정화하도록 요청받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순시기,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당하신 수난과 죽음, 그리고 영광스러운 부활을 기억하며, 우리도 주님의 부활에 참여하기 위해 주님께서 걸으신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걷는 40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사순시기의 첫 주일인 오늘 우리는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간의 단식을 하신 후에 악마의 유혹을 받으신 말씀을 듣습니다. 악마는 몹시 시장한 예수님께 전능하신 하느님의 아들임을 상기시키면서 돌이 빵이 되게 해보라고 유혹합니다. 이어서 악마는 성경을 인용하여 예수님께 성전 꼭대기에서 몸을 던져보라고 유혹합니다. 성경을 인용함으로써 하느님의 뜻인 양, 한 단계 높은 유혹을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악마는 세상을 줄 테니 자신에게 경배하라고 유혹합니다. 이 말은 곧 하느님을 배반하라는 뜻으로 악마가 하는 유혹의 궁극적인 목적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렇게 악마는 우리들을 하느님으로부터 떼어놓기 위해서 아름답고 화려한 거미줄을 쳐놓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안에 사는 사람은 이 유혹의 실체가 실제로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님을 압니다. 유혹이란 당장에는, 펼쳐 놓은 거미줄처럼 아름답고 예뻐 보일지라도 실상 모래 한 알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그것이 유혹의 본래 모습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그것을 알면서도 믿음이 약한 우리는 유혹에 쉽게 빠져 이 사순시기를 잘 보내지 못합니다. 처음 며칠 열심히 하는듯해도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믿음이 강하다는 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유혹임을 알아차리고 그래서 유혹에 걸려들지 않은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유혹자에게 자신을 내어준 다음입니다. 주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는 유혹자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모릅니다.

 

독서 말씀대로, 그렇게 뱀의 유혹으로 여자의 유혹으로 남편 자신의 유혹으로 세상에 죄가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불순종으로 죄가 들어왔지만, 이제 한 분, 예수 그리스도의 순종으로 많은 이가 의롭게 되었습니다. 사순시기는 그 한 분의 순종을 따르는 시기입니다. 오로지 그분과 함께이어야만 사순시기를 살아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믿음이 강한 사람이라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