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복음묵상

3월 8일 사순 제2주일

등록일
20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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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사순 제2주일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에 대한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시기에 예수님의 영광에 대한 말씀을 듣는 것이 조금 이상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의 영광은 예수님의 부활과 어울리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가 있기 이전에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에 있었던 몇 가지 일을 묵상해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태오복음 16장의 말씀을 보면, 먼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습니다. 이에 베드로가 나서서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를 반석이라고 부르시며 그 위에 교회를 세울 것이고, 천국의 열쇠를 주겠다고 하십니다. 그런 후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고난을 받고 죽었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 날 것임을 첫 번째로 예고하시고, 이어서 그런 예수님을 따르려면 제자들도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 마태오복음 17장이 이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습니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는데,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옷은 빛처럼 하얘지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신 것입니다. 이 모습은 세상 마지막 날에 완성될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향해 있습니다. 베드로는 이 모습이 얼마나 황홀했는지 초막 셋을 지어 예수님과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지내자고 합니다.

 

하지만 베드로가 여기서 잊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 나라의 신비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이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 이전에, 베드로는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였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수난을 예고하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얻고 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확고한 신앙고백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일을 겨우 지키는 정도의 신앙으로는 예수님께서 우리 어깨에 지어주시는 십자가를 지고 갈 수가 없습니다. 예수님께 대한 확고한 믿음과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그분의 길을 함께 걸을 때, 하느님 나라의 신비는 내 삶이 되는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는 오늘 당신이 선택하신 제자들 앞에서 당신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드러내시고, 제자들이 당신의 그 모습을 기억하게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훗날 제자들이 그들의 십자가를 지고 갈 때 십자가에 짓눌려 쓰러지지 않고, 부활을 향해서 꿋꿋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제자들뿐만 아니라, 이천 년 후 주님의 제자로 살아가는 우리도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을 따르기를 바라십니다.

 

요즘 계속해서 을 묵상하게 됩니다. 주님의 을 걷는다는 것, 십자가를 지고 그 을 걷는다는 것,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길을 걷는다는 것, 그것이 ’(συν, 함께)호도스’(οδος, 길)가 합쳐진 단어 쉬노도스’(συνoδος, Synodus)이고 그 정신을 따라 사는 삶을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 공동합의성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이때가 바로 함께 길을 걸어가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