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복음묵상

3월 11일 사순 제2주간 수요일

등록일
2020-03-11
조회
487
파일

 

* 먼저 독서와 복음을 읽고 묵상을 함께 나누시기 바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길에서 당신의 수난을 세 번째로 예고하십니다. 그런데 수난 예고에 이어서 제자들의 일화 한편이 소개되는데, 그 일화의 주인공들이 실명이 아닌 채로 등장하는 것이 독특합니다. 그 주인공들은 제베대오의 두 아들의 어머니그 아들들입니다. “제베대오의 두 아들의 어머니는 결국 제베대오의 부인을 말합니다. 따라서 아들들과 그 어머니가 실제 등장인물이고 제베대오는 나오지도 않는데 복음에서 거론되는 이름은 제베대오뿐이라는 것입니다.

 

제베대오라는 인물은 예수님께서 그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을 제자로 부르실 때 처음 등장합니다. 거기서는 야고보와 요한의 이름이 나오지만 제베대오의 아들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집니다(마태 4,21). 그리고 열두 사도의 이름이 나오는 부분에서도 야고보와 요한 두 형제는 제베대오의 아들이라고 소개됩니다. 제베대오의 부인은 십자가 아래에 있던 여인 중의 하나였는데, 거기서도 그 여인은 제베대오 아들들의 어머니”(마태 27,56)로 나옵니다. 이 모든 것을 보면 제베대오가 꽤 잘 알려진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성경 구절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 하나가 발견됩니다. 성서 학자들에 의하면, 야고보와 요한이라는 이름이 직접 나오는 본문에서는 그들의 역할이 긍정적인 경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 없이 제베대오의 아들들이라고 나오는 구절에서는 그들의 입장이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수난을 세 번째로 예고하신 오늘 복음이 그런 경우인 것 같습니다. 주님의 오른쪽과 왼쪽에 앉는 것을 청탁하는 것은 마치 출세를 위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태오는 그들의 이름을 직접 대지 않았고, 청탁도 그들의 어머니가 하는 것으로 묘사한 것 같습니다. 결국 마태오는 제자들의 이러한 행동이 적절치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주님의 영광된 부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그 부활의 영광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걸으신 십자가의 길 없이는 부활도 없습니다. 주님의 말씀대로 첫째가 되려거든 종이 되어야 하며, 섬김을 받으려면 먼저 섬겨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사가 중단된 지금, 이 사순시기를 잘 보내기 위해서, 본당 마당에 임시로 마련된 십자가의 길 14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인 위생에 주의하면서, 십자가의 길 기도와 함께 이 어려움의 사순시기를 걸어갑시다.